김상준 감독 ⓒP.E.R.S.O.N.A
'사자성어의 달인' 안준호 감독의 후임으로 중앙대 김상준 감독이 선임되었습니다.
서울 삼성 농구단은 7일 김상준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연봉 2억 8천만원에 계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서 삼성은 7년간의 안준호 감독 시대를 마감하고 팀통산 5번째 감독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4-2005시즌부터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던 안준호 감독은 재임기간동안 팀을 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총 3번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2005-2006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챔피언 결정전 4전 전승 우승을 비롯해 플레이오프 7연승의 기록도 세우며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2009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주 KCC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이며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년 연속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KCC를 만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탈락하면서 결국 자진사퇴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은 안준호 감독의 사퇴 이후 감독 후보군으로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농구 최고의 스타 이상민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중앙대를 대학무대 최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김상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감독취임 기자회견은 다음에...ⓒ스포츠조선
김상준 감독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1991년 한국은행을 통해 실업무대에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실업팀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벤치 멤버로 활약했고, 1997년 KBL이 출범한 이후에는 3시즌동안 나래와 현대에서 총 74경기에 출장해 평균 3.4점 1.1리바운드 3점슛 0.6개(38.0%) 0.4어시스트 0.3스틸의 평범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하게 됩니다. KBL에서도 한 경기 최다 득점은 18점일 정도로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본다면 그야말로 식스맨이었습니다.
이후 명지중학교의 지도자로 다시 농구와 인연을 닿은 김상준 감독은 2006년 모교인 중앙대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앙대를 대학리그 최강팀으로 만들었고, 결국 KBL 명문팀인 삼성의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더 이상 변방의 식스맨이 아니라 화려한 메인 스테이지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습니다.
오늘 점프볼 기사에서 보니 김상준 감독은 2006년 중앙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117승 9패의 가공할만한 성적을 남겼다고 하더군요. 이 기간동안에는 52연승의 기록 행진도 있었고, 지난 해 처음 시행된 대학농구리그 25승 전승 우승의 기록도 있었습니다. 대학농구리그 외에도 무려 9개의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그야마로 중앙대 천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난 해 전국 체전 결승에서 상무에게 진 것 외에는 공식 경기에서 졌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올해 신인 드래프트 로터리 픽을 휩쓴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 등 쟁쟁한 선수들이 4년동안 팀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절하 할수도 있겠지만 고교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오세근외에 김선형과 함누리의 경우 가능성은 있었지만 대학시절의 혹독한 조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선수로 성장하기 힘들었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들 4학년 트리오가 빠져나간 올해에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키는 혹독한 훈련의 결과로 만들어진 김상준 감독의 전면 강압 수비 전술은 여전히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안준호 감독이 다소 민주적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한 부분이 있었다면 김상준 감독은 확실한 호불호를 통해 선수단을 장악하고 거기에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선수단 운영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같은 선수단 장악이 프로선수들, 특히 노장이 많고 개성이 강한 삼성의 선수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안준호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격력이야 뭐...ⓒ데일리안
최근 들어 KBL은 유재학, 전창진 감독식의 수비 농구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의 출전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국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날이 갈수록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수비부터 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지난 시즌 삼성의 수비는 그야말로 로또식 수비였습니다. 삼성은 골밑에 이승준이 있지만 헤인즈가 나섰을 때는 아무래도 높이에서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KT식의 빠른 수비 로테이션이 필수적인데 그런 부분에서 낙제점이었습니다. 또한 이승준의 1대1 수비력 역시 믿음직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막판 기습적인 전면 강압 수비 역시 상당히 허술했습니다. 앞선에 노련한 강혁, 이정석, 이원수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예전만큼 스피드가 나지 않았고, 이정석과 이원수는 기복이 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비를 성공하는 횟수보다 무의미한 파울이 쌓이고 더 나쁜 경우에는 골대 근처에서 수비숫자가 부족해 어이없는 노마크 찬스를 내주는 경우 역시 많았습니다.
반면 김상준 감독이 중앙대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어 놓은 전면 강압 수비는 물샐틈 없는 짜임새를 자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상준 감독이 프로 무대에서도 그러한 타이트한 수비력으로 삼성의 팀컬러를 좀 더 끈끈하게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소한 지난 시즌의 실점(평균 81.9점, 10위)보다는 나아지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승준의 수비를 좀 잘 가르쳤으면 좋겠네요. 하드웨어가 아까운 빈약한 수비력의 이승준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05-06시즌 우승을 이끈 오예데지 ⓒKBL
또한 KBL에서 팀 승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일 것 입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가 자유계약이기 때문에 더욱 좋은 선수 구하기는 감독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오리온스의 새로운 사령탑인 추일승 감독의 경우 KTF 시절 애런 맥기, 필립 리치 등 좋은 외국인 선수를 보는 안목 속에서 팀 성적도 끌어올리고 재신임을 받는 계기도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자유계약 하에서의 외국인 선발은 얼마나 좋은 선수를 찾을 수 있는 소외 '연락책'을 보유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점인데 그런 점에서 프로 감독 경험이 전무한 김상준 감독이 얼마나 삼성에 맞는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물론 감독의 역량외에도 스카우트팀의 역할도 있지만 결국 선택의 키를 가진 것은 감독이기 때문에 차기 시즌 삼성의 외국인 선수로 어떤 선수가 올지 기대가 되네요.
아무튼 서울 삼성도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며 발빠르게 차기 시즌 부활을 위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제 남은 곳은 삼성의 전자라이벌 창원 LG 군요. 아직까지 LG는 강을준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네요. 적어도 4월이 끝나기 전에는 재계약인지 뉴페이스인지 가닥이 잡혀야 할텐데요.
아무튼 김상준 감독의 KBL 데뷔를 축하드리며, 다음 시즌 삼성이 어떤 팀컬러를 가지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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