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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eBall

패착이 된 조범현 감독의 '한기주 고집', 그리고 미소짓는 롯데

역시 베테랑의 한방! ⓒOsen


SK가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기아에 3-2로 신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 상대 전적을 1승 1패로 만들었습니다.

SK는 한글날인 10월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회 2사 만루에서 나온 이호준의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로 기아에 당한 전날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위기의 SK, 반격의 계기를 만들다!

8일 열린 1차전에서 기아는 에이스 윤석민이 109개의 공으로 완벽에 가까운 마운드 운용을 보이며 완투승을 거뒀고, 8회에 터진 차일목의 만루 홈런으로 기분좋게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1회에 나온 나지완의 1타점과 5회 최희섭의 솔로 홈런으로 2점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특히 10회초 무사에서 최희섭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이어 나온 차일목이 보내기 번트에 실패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대주자 신종길을 2루에 보내지 못했고, 대타로 나온 이종범은 신종길이 2루로 뛸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전에 초구를 건드려 병살타를 치고 말았죠.

끝내기 안타를 친 이호준 ⓒOsen

기아는 SK의 선발인 송은범을 상대로 6회까지 5안타 2점을 뽑아냈지만 이후 SK의 불펜을 상대로는 단 3안타의 빈공에 그쳤습니다. 리드오프 이용규가 2안타, 그리고 중심타선인 이범호, 나지완, 김상현이 각각 1안타씩을 기록했고, 여기에 최희섭이 솔로 홈런을 토함해 2안타를 기록했습니다만 찬스때마다 병살타와 작전 실패가 겹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SK의 공격 역시 답답했습니다. 전날 윤석민의 투구에 밀려 단 3안타 볼넷 3개에 그쳤던 SK는 이날 9개의 안타와 9개의 사사구를 얻었지만 단 3점에 그쳤습니다. 단순히 공격의 문제도 있지만 SK의 공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루타 조차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주자가 계속 같은 루상을 멤도는 상황이 계속 만들어 졌던 것이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큰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SK로서는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박재상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심타선만 터져 준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습니다. 특히 이 날 5번의 득점권 찬스를 모두 날려버린 2008년 한국시리즈 MVP 최정이 얼마나 빨리 부담감을 씻고 본연의 타격감을 찾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372로 찬스에 강했던 최정이 지난 1,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SK팬들에게는 상당히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3차전에서는 상위타선보다는 5~6번타순에 배치해 부담감을 조금 줄여주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SK의 불펜은 변함없이 강력했습니다. 비록 전날 엄정욱이 차일목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SK의 불펜은 1,2차전 모두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송은범에 이어 나온 3명의 투수가 5이닝을 깔끔하게 막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 SK 불펜 기록 >
-1차전 : 정대현-정우람-박희수-엄정욱-이재영 - 4 1/3이닝, 18타자, 2안타(1홈런), 4볼넷, 4실점
-2차전 : 박희수-정대현-정우람(승) - 5이닝, 18타자, 3안타, 1볼넷, 무실점

조범현 감독은 왜 한기주를 고집했을까?

투수 운용이 아쉬웠던 조범현 감독 ⓒOsen

한편, 이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기아 조범현 감독의 불펜 운용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기아는 선발투수인 로페즈 이후에 양현종-손영민을 올렸고, 7회 2사 이후에 올라온 한기주가 11회까지 던지며 결국 또 다시 패전투수가 되었습니다. 11회까지 가는 과정은 분명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다시 과거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날 한기주는 7회 2사 이후 이호준의 타석을 시작으로 11회말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이호준을 다시 만나기까지 총 20명의 타자를 상대로 4이닝동안 7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오랜만에 상당히 많은 공을 던진 건데요. 올 시즌 한기주가 가장 많은 공을 던진 것은 지난 9월 29일 두산전으로 2년여만에 선발 등판해 5이닝동안 87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된 바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후반 투수진의 붕괴로 고민하던 기아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를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로 쓸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한기주를 선발로 사용할 정도로 만족스럽다는 점 혹은 그만큼 기아의 선발진 구성이 쉽지 않음을 내포하는 부분입니다. 후반기 양현종과 트레비스가 극도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이유겠죠.

하지만 결국 2차전에서 한기주에게 롱릴리프의 역할을 맡기면서 더 이상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기주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아졌습니다. 투수 한명과 승리를 바꾼 것이 아니라 투수도 잃고 승리도 잃어버린 최악의 한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윤석민의 눈부신 투구로 1차전을 승리한 기아는 남은 시리즈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1차전에서 SK는 에이스인 김광현을 내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특히 필승 계투조인 정대현, 정우람, 엄정욱은 물론 박희수, 이재영까지 마운드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대현과 정우람은 20개 이상의 공을 던졌습니다. 물론 이제 겨우 시리즈의 시작인 1차전이긴 했지만 첫 경기부터 불펜을 사용하느냐와 불펜을 아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차전에서 기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SK가 빠른 투수 교체로 기아의 타선을 잘 막아낸 반면 기아의 구원 투수들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SK는 선발 송은범이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아를 상대로 6이닝 2실점으로 역투를 펼쳤고, 이어 전날 투구수가 적었던 좌완 박희수가 2이닝을 잘 막아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후반에 등판한 정대현과 정우람 모두 공격적인 투구로 3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29개의 공만을 던졌습니다.

기아는 로페즈에 이어 등판한 양현종과 손영민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이닝을 끌고 가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한기주도 예리한 슬라이더와 빠른 직구로 SK의 타선을 잘 막았습니다. 7회 2사 1,3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한 한기주는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고, 간간히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11회까지는 별다른 위기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오늘도 쓸쓸한 뒷모습... ⓒOsen

하지만 투구수가 60개를 넘기면서 공의 구위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11회 안치용에게 볼넷에 이어 정근우에게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습니다. 발빠른 주자 두 명이 있는 무사 1,2루. 여기가 첫번째 투수 교체 타이밍 이었지만 어차피 SK도 번트 작전으로 나설 것이었고, 박재상의 투수 앞 번트로 1사 2,3루가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기아로서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최정을 상대로 투수 교체가 이뤄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기주도 잘했습니다. 과감한 몸쪽 승부로 최정을 공 하나로 처리했습니다. 그것도 수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3루 땅볼. 그리고 박정권 타석, 여기가 기아의 마지막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지만 조범현 감독은 끝내 한기주로 밀어붙였습니다.

위기였고 불펜에서는 김진우와 심동섭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도 잡혔지만 끝내 조범현 감독은 투수 교체를 단행하지 못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빠른 투수 교체를 통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박정권과 승부를 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박정권은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차전에서도 이전까지 5번 타석에 들어왔지만 볼넷만 3개를 얻었을 뿐 안타를 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 입니다.

큰 기대를 안고 프로에 데뷔했지만 그동안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불기주'라는 오명을 썼던 한기주에게 더군다나 앞선 투구에서 볼판정에 다소 민감해져 있는 상황에서 박정권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배테랑 이호준과 승부를 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한기주가 이날 좋은 공을 뿌리고 있었다고 해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결국 한기주는 이호준과의 풀카운트 마지막 승부에서 결정구로 좋은 슬라이더를 던지고도 워낙에 좋은 코스로 날아간 끝내기 안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1,2차전통해 약점 노출한 SK-기아, 최후의 승자는 누구?

부상 선수들이 많아 반쪽 전력인 기아와 SK 모두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통해 팀의 강점과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막강한 선발 원투펀치 윤석민과 로페즈가 있지만 불펜이 불안하고, SK는 선발이 부족하지만 불펜의 위력은 여전했습니다.

여유롭게 PO를 준비할 롯데 ⓒOsen


특히 양팀의 타선은 공통적으로 집중력이 크게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아와 SK는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통해 총 16개의 안타와 21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양 팀이 뽑은 점수는 단 11점. 그것도 1차전에서 터진 차일목의 만루홈런을 포함해 5개의 홈런으로 9점을 뽑았습니다. 단기전에서 한방의 홈런이 보여주는 임팩트는 강렬하지만 양팀의 타선은 아직까지 집중력이 결여되어 있고, 작전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일단 최소 4차전까지 가야 승자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만약 5차전까지 진행된다면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롯데는 더욱 신이날 수 밖에 없습니다. SK와 기아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다면 양 팀의 에이스인 윤석민, 로페즈, 김광현, 송은범 등은 플레이오프 초반에 등판시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불펜 역시 과부하가 걸린 상태일테고, 그 상태로 롯데의 강한 화력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년 동안 가을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롯데의 송승준-사도스키-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도 꽤나 강력합니다. 여기에 5차전은 14일 저녁 6시에 문학에서 열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은 단 하루만을 쉬고 곧바로 16일 오후 2시에 부산 사직에서 열리게 됩니다.

기아는 2차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며 시리즈를 빨리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또 단기전에서 선발 혹은 롱릴리프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한기주라는 카드 역시 다시 꺼내기 힘들어 졌습니다. SK는 벌써부터 불펜을 총 가동하고 있지만 2차전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남은 시리즈의 관건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해 졌습니다. 기아와 SK의 3차전은 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