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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4강PO 리뷰②] '괴물'로 진화한 하승진, 원주산성도 넘을까?


아자! 챔프전! ⓒKBL


역대 KBL 두번째의 정규리그 3,4위팀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완성시킨 전주 KCC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는 사상 3번째 팀이 되었습니다. 지난 2008-2009시즌 무려 17경기를 플레이오프에서 치루면서 결국 가장 처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던 KCC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역시 다른 팀을 누르고 올라가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스트를 완벽히 장악한 괴물 하승진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지난 4강 플레이오프를 돌아보며 KCC가 역대 5번째 챔피언 반지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상해 보겠습니다.


승리의 맛을 알아버린 괴물, 거칠것이 없다!

3년 연속 챔프전! ⓒKBL

하승진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방송 인터뷰에서 4강 플레이오프를 예상해 달라는 리포터의 질문에 "경솔하지 않게 소신껏 말하면 3연승 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대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KCC는 2차 연장 끝에 전자랜드에 패했습니다.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KBL에서는 펠레의 저주보다 무서운 하승진의 저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하승진의 3연승 발언은 2차전부터 빛을 발하며 결국 KCC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결정짓게 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하승진은 KBL데뷔 이후 가장 팀에 적합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큰 키를 이용한 리바운드 장악으로 KCC 공격의 숨통을 틔운 것은 물론 전자랜드의 수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KBL에서 가장 공수의 조화가 잘맞는 트리오인 서장훈-문태종-허버트 힐로 이어지는 '서-태-힐' 트리오도 하승진의 높이에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수비를 열심히 하는 서장훈의 모습을 봤음에도 하승진은 1차전을 제외한 이후 3경기에서 매 경기 5개 이상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서장훈을 괴롭혔습니다.

KCC는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34.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이중 공격 리바운드 숫자가 무려 13.8개였습니다. 한 경기에 공격 리바운드를 14개 가까이 내주면서 경기를 이기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반대로 전자랜드의 리바운드 숫자는 4경기 평균 27개로 정규시즌 리바운드 숫자(33.6개)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습니다.

형 미안해요~ ⓒKBL

KCC는 1차전부터 전자랜드의 골밑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1차전에서는 골밑을 장악하기만 했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2점슛 성공률이 49%로 저조했는데 결국 19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도 이를 다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2차전부터 KCC는 하승진과 도슨이 골밑에서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을 착실히 기록하며 전자랜드의 기를 꺾는데 성공합니다. 자연스럽게 2점슛 성공률은 50%를 상회하게 되었죠.

2차전의 히어로는 단연 도슨이었습니다. 도슨은 2차전에서 24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CC의 승리(91-82)에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특히 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KCC의 공격에 숨통을 틔워주었습니다.


그리고 3차전과 4차전은 그야말로 하승진이 골밑에서 진을 치게 됩니다. 3,4차전에서 하승진은 각각 17개와 1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데요. 이중 공격 리바운드가 무려 15개였습니다. 3,4차전에서 추승균이 부상으로 인해 단 2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승진의 골밑 장악이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승진은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어깨에 다소 부상도 있었지만 경기 감각은 더욱 좋아졌습니다. 특히 삼성의 이승준, 전자랜드의 서장훈 등과의 매치업을 거치면서도 오히려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었습니다. 이승준과 서장훈이 외곽슛 일변도의 공격을 보이면서 수비에서 그만큼 체력소모를 적게 가져가며 여기서 비축한 힘을 공격쪽으로 더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KCC로서는 정규리그 막판 허재 감독이 시뮬레이션해 왔던 하승진과 도슨의 조합이 이번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승진은 높이의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스피드전에는 가장 큰 약점이 되는 양날의 검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스피드와 탄력을 갖춘 도슨이 그러한 약점을 상쇄시켜 줬습니다. 또한 하승진과 도슨이 벤치에 들어가면 강은식으로 수비를 그리고 일대일 공격 능력이 있는 다니엘스를 투입해 포스트 득점의 공백을 최소화 시키는 그림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태풍'! ⓒKBL

여기에 4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그동안 경기 감각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전태풍과 부상에서 복귀한 신명호가 제 컨디션을 회복한 것이 KCC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6강 플레이오프까지만해도 체력적인 부분부터 경기 감각까지 완전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전태풍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1.0점 4.8어시스트 2.0스틸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태풍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KCC의 강력한 속공이 살아났다는 것이 챔프전을 앞둔 허재 감독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수비의 스페셜리스트 '신의 손' 신명호 역시 부상 복귀전이었던 3차전에서 문태종의 깜짝 마크맨으로 코트에 들어와 특유의 찰거머리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서 3점슛 1개를 포함해 5점을 넣으며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제 KCC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질식수비'의 아이콘인 원주 동부를 상대하게 됩니다. 아무리 강한 창을 가진 KCC라도 동부의 빡빡한 수비 로테이션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얼마나 동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느냐가 이번 챔피언 반지의 향방을 가르는데 있어 큰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KBL 1세대 빅맨인 서장훈과의 승부에서 판정승을 거둔 하승진이 그 대를 잇고 있는 김주성 마저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여기에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상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코트 어느 위치에 있든 한골을 넣어줄 것이란 믿음이 가는 유일한 선수 추승균까지 회복해서 돌아온다면 KCC의 통산 5번째 우승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 입니다.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 ⓒKBL


Man of the Series : '굴러들어온 복덩이' 에릭 도슨!

진짜 복덩어리! ⓒKBL

사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 수훈 선수는 박지현과 하승진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 이번 전자랜드와 KCC의 4강 플레이오프 MVP는 에릭 도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승진이 진짜 괴물같은 골밑 장악력으로 전자랜드를 힘들게 한 것이 사실이지만 도슨이라는 파트너가 없었으면 이만큼이나 활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리그 후반에 합류한 에릭 도슨은 그야말로 허재 감독의 승부수였고, KCC 전력의 마침표를 찍는 선수입니다.

지난 정규 시즌에서 KCC가 KT만 만나면 고전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빠른 로테이션에 수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승진이 로테이션에 걸리면 열이면 여덟아홉번은 어느 한구석에서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결국 허재 감독은 제럴드 매릴의 뒤를 이어 에릭 도슨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사실 처음 도슨의 플레이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리틀 딕슨인데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중장거리 슛도 자주 던지는 모습에서 칼 미첼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슨은 골대 근처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한번씩 림으로 꽃혀들어가는 시원한 외곽포는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도슨이 보기보다 움직임이 민첩한 선수라는 것 입니다. KCC가 하승진과 다니엘스를 스타팅으로 기용할 때는 이 두명의 느림보가 경기를 참 빡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도슨은 매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속공에도 가담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가진 선수였습니다. 결국 지난 시즌에서도 알수 있듯이 하승진의 파트너로는 아이반 존슨이나 올해의 에릭 도슨처럼 다소 언더 사이즈라도 스피드가 있는 선수여야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도슨은 골밑에서 하승진에게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사이 영리하게 득점은 물론 공격 리바운드도 수차례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도슨은 18.3점 10.5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경기당 1.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공격 리바운드를 4.8개를 걷어냈습니다. 4차전에서 단 1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데 그쳐 평균 수치가 낮아졌을 뿐 앞선 3경기에서는 경기당 6.0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으며 하승진과 골밑을 장악했습니다.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도슨의 경우 수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부에는 로드 벤슨이라는 테크니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체격은 도슨이 좋지만 아무래도 높이에서는 다소 열세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벤슨에 대한 수비에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린 첫 우승의 꿈...발걸음을 멈춘 코끼리들!

이번 2010-2011시즌은 전자랜드 팬들에게는 가장 화려했던 하지만 가장 아쉬운 한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고 정규리그 역대 최고 성적, 사상 첫 4강 직행 등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만 결국 마지막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내년에 다시 한번 이런 기회가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자랜드로서는 이번 4강 플레이오프를 더 아쉽게 생각하는 이유일 겁니다.

3년만 젊었어도... ⓒKBL

서장훈-문태종-허버트 힐로 이어지는 막강 삼각편대를 앞서운 전자랜드는 정규시즌 38승 16패로 당당히 정규리그 2위로 4강에 직했습니다.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며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뒷심이 강한 전자랜드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는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바램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하승진의 높이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전자랜드로서는 하승진의 수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도슨을 놓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수비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도 기본적으로 서장훈이 하승진에 대한 수비를 하지만 허버트 힐이 하승진에 대한 견제를 하게 되면서 도슨에게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고 박스아웃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장훈 선수가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올해가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국보'도 인간이기에 '괴물'로 진화한 하승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네요. 올해 들어 가장 수비에 열심인 서장훈을 본 것 같았는데, 수비에 대한 부담과 공격에서는 높이의 부담, 이 두 가지가 결국 서장훈과 전자랜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전자랜드가 강력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태종과 서장훈이 내외곽에서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결국 문태종에게만 의존하게 되면서 KCC에 끌려가고 말았네요.


하지만 문태종의 활약만큼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공수 모두에서 '스페셜 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문태종은 4경기에서 모두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평균 24.5점 6.0리바운드 4.3어시스트 2.0스틸 3점슛 2.5개의 그야말로 특 A급 활약을 펼쳤습니다. 외곽에서 3점슛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문태종의 손 끝을 떠나는 공이 림을 지나갔고, 외곽에서 수비가 괴롭히면 영리하게 골밑을 파고들며 파울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2차연장까지 갔던 1차전에서도 문태종은 연장에서 혼자 8점을 몰아 넣으며 자칫 KCC로 넘겨줄뻔한 주도권을 다시 전자랜드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이 선수가 3년만 빨리 한국 무대에 들어왔더라면 어떤 대단한 드라마를 만들었을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웬수네요. 하지만 올해의 마지막 4경기에서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던 문태종이 있었기에 우리의 눈은 조금이나마 더 즐겁지 않았나 싶습니다.


챔프전 1차전은 전주랍니다~~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