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orts/BasketBall

[챔프 3차전] 원주산성에 박살난 KCC...추승균이 있었다면?


16점 9리바운드 윤호영 ⓒKBL


20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전주 KCC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10경기째를 치르는 원주 동부의 질식수비의 진수를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리그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KCC가 역대 챔프전 최소 득점의 수모를 당하는 의외의 경기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상 첫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역대 기록을 되돌아 본다면 동부가 그 첫 번째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 동부, 사상 첫 정규리그 4위팀 우승 도전

 

이런 성원은 4차전까지만... ⓒKBL

지난 2차전에서 동부의 완패는 주전 의존도가 높은 동부에게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백투백 경기가 치뤄지는 일정상 가뜩이나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경기 운영을 하는 동부는 오히려 1차전 승리에 집중했을 것이고, 2차전에서는 승패보다는 전력의 누수를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2차전을 거치면서 동부는 박지현이 하승진과 충돌하면서 부상을 입으며 변수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동부에는 김주성이 있었고,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공격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윤호영이 살아나며 홈에서 2승째를 거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부는 3차전에서 이번 시리즈들어 처음으로 1쿼터를 18-12로 앞서 나갔습니다. 동부는 로드 벤슨의 영리한 미들슛과 박지현의 3점포로 잡은 초반 리드를 경기내내 이어갔습니다. 올 시즌 정규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동부의 가공할 수비력은 이날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KCC에게 1쿼터를 3분여 남긴 시점까지 단 한개의 야투 성공도 허용하지 않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습니다. KCC도 1쿼터 후반 신명호와 임재현을 투입하며 스피드가 살아나면서 스틸에 이은 다니엘스의 속공 득점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가 했지만 1쿼터 종료 직전 강은식이 골밑으로 돌진하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며 분위기가 다운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KCC가 전술적으로 중요한 패 하나가 없이 경기를 치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강은식의 존재는 생각이상으로 KCC에서 크게 작용합니다. 기본적으로 KCC에서 강은식은 하승진의 백업이지만 동부를 상대로 할때는 경우에 따라 윤호영의 매치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허재 감독이 그런 전술을 구사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오늘처럼 윤호영이 강병현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던 2쿼터 이후 강은식이 코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윤호영의 공격을 어느 정도 체크해 줄 수 있었습니다.

강은식이 부상당한 문제의 장면... ⓒKBL

하지만 강은식이 빠지면서 KCC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벤치의 빅맨을 잃게 되었고, 결국 허재 감독의 전술 운용에 차질을 가져오게 됩니다. 당장 팀의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감독은 후반을 대비해 잠시라도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가져가게 됩니다. 팀의 기본 컨디션은 수비가 우선이 되면 다시 상승하는 곡선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강은식의 공백은 상상 이상인거죠.

동부는 2쿼터 시작과 동시에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윤호영이 3점포를 쏘아올리며 21-12로 리드를 잡았고, KCC가 역대 플레이오프 2쿼터 최저 득점 타이 기록인 8점에 머물며 본연의 활발한 공격을 전혀 펼치지 못하는 사이 2쿼터에만 15-8로 앞서나갔습니다.

동부의 질식수비는 3쿼터에도 쉴세없이 KCC를 압박했습니다. 여기에 3쿼터 종료 직전 김주성이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슛으로 49-39, 점수차를 10점차로 벌렸구요. 4쿼터에도 5분동안 KCC의 공격을 단 2점에 묶었습니다. KCC는 7분 45초경 터진 도슨의 2점슛이 이때까지의 유일한 득점이었습니다. 특히 4쿼터 종료 직전까지 9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외곽에서 전혀 경기를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동부는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원주산성 트리오 김주성-윤호영-벤슨이 50점 23리바운드를 합작하며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다한 반면 KCC는 다니엘스가 18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것 외에는 전 선수가 한자리수 득점에 머물면서 공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그동안 공격적인 부분에서 다소 부진했던 윤호영은 적극적인 컷인으로 KCC의 골밑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2개의 3점슛을 쏘아올리며 16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날 윤호영이 기록한 3점슛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한 윤호영의 첫번째 3점슛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영양가 만점의 3점포였죠. 또한 경기 종료 직전에는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도 기록했습니다.

발목부상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빛을 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KCC가 최소 득점 기록을? 허재 "할 말이 없다"

116점, 54점... 에휴... ⓒKBL

이날 KCC는 역대 플레이오프에 기록으로 남을 몇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먼저 이날 KCC가 기록한 한 경기 54점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사상 팀 최저 득점 기록입니다. 기존 기록은 2002-200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원주 TG(현 동부)가 오리온스를 상대로 기록한 55점(3차전 55-85 패)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저 득점을 기록했던 동부가 이번엔 최저 득점을 기록하게 만들어 줬네요.


그리고 KCC가 2쿼터에 기록한 팀 8득점은 역대 플레이오프 2쿼터 최저득점 타이 기록이구요. 전반에 단 20점에 그친 KCC의 팀 득점 역시 챔프전 한 경기 전반 최소 득점입니다. 종전 기록은 역시 기존 한 경기 최소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던 TG가 전반에 단 22점을 그친 바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정병국의 3점슛이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한 경기 최소 3점슛 성공 기록도 세울뻔 했습니다만 다행이(?) 동률에 그쳤네요.

그리고 이날 양팀이 기록한 합산 득점인 116점(동부 62-KCC 54점)은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양팀 합산 최저 득점 기록입니다. 기존 기록은 지난 2001-2002시즌 플레이오프 4강에서 만난 서울 SK와 전주 KCC의 5차전에서 나온 117점(SK 59점-KCC 58점, SK 승)이었습니다.

이런 기록들이 나올 정도로 이날 동부의 수비는 철저했고, 반대로 KCC는 정말 KCC답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차전에서 다소 살아난 듯했던 KCC의 빠른 공격 템포는 동부의 철저한 로테이션 수비에 꽁꽁 틀어 막히며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KCC로서는 추승균의 공백이 아쉬웠습니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추승균은 KCC의 날카로운 창을 살려주는 키포인트 입니다. 물론 전태풍의 전광석화같은 드리블과 강병현의 날카로운 돌파에 골밑을 지키는 하승진, 다니엘스가 KCC의 지금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입니다만 이러한 선수들이 모인 KCC를 바치는 힘은 조용하지만 항상 팀이 필요할때는 득점을 올려주는 추승균의 존재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바로 이 미들슛이 필요해! ⓒKBL

추승균은 전태풍이 혼자 드리블에 심취해 공격 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한 상황에서도 어느 순간 코트 구석구석에서 나타나 공을 받아 주었고, 자신있게 림을 향해 슛을 던져 주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추승균은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미들 라인 점퍼를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여기에 속공 상황에서 빠른 상황 판단으로 마무리를 해주며 가끔씩 터지는 3점슛은 팀을 위기에서 구해왔습니다. KCC를 상대하는 팀들은 항상 추승균을 막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물론 지난 시즌부터 다소 체력적인 한계를 보였고, 그에 따른 부상이 오면서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팀내 강병현이 급성장하면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전보다 조금 늘어나긴 했습니다. 그로인해 데뷔 이래 13번째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처음으로 평균 득점이 한자리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6강 플레이오프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6.7점을 넣으며 6강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인천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1,2차전까지는 각각 12점과 15점을 넣으며 KCC의 공격을 뒷받침했는데 결국 3차전에서 당한 부상의 여파로 이후 경기에서는 본연의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코트에서는 그야말로 '조용한 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짜 '조용해진 남자' 추승균, 위기의 KCC를 구하라!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의 5경기동안 추승균의 평균 득점은 15.4점이었던 데 반해 이후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까지 5경기에서 추승균의 득점은 단 8점에 머물고 있습니다.

강병현도 윤호영처럼... ⓒKBL

물론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는 '미친 듀오' 하승진-도슨이 완벽히 골밑 장악하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동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팀이고 쉽게 골밑을 장악하기도 어려운 팀이죠. 추승균은 3차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했지만 6분 22초동안 추승균의 기록은 무득점에 리바운드 1개가 전부였습니다.


KCC로서는 추승균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이 힘들다면 강병현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강병현은 윤호영과의 매치업에도 버거운 모습입니다. 4강에서까지 보여주던 자신있는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 슛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었습니다.

추승균이 돌아오지 않는 지금의 KCC라면 해답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와 같은 높이의 완벽 장악 혹은 지난 챔프 2차전에서와 같은 스피드를 살린 빠른 속공이 수반되는 KCC특유의 업템포 바스켓 밖에 없습니다.


KCC는 3차전을 내주며 수세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1패를 거둔 후 열린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챔피언 반지를 가져간 경우는 6번 중에 5번이었습니다. 반대로 동부는 강력한 압박 수비를 바탕으로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첫 경험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개인 통산 최다인 5번째 챔피언 반지를 노리는 추승균이 위기에 빠진 KCC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더욱 치열한 승부를 펼칠 동부와 KCC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은 22일 오후 6시 15분 원주 치악 체육관에서 열립니다.

4차전에도 힘내자~~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