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정산고 이동엽 ⓒ점프볼
지난 해 한국 농구사상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코트위의 영원한 오빠 이상민이 공식적으로 은퇴했습니다. 일부 팬들이 이상민의 은퇴 기자회견장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은퇴 철회를 외칠만큼 이상민의 인기와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슈퍼스타 김승현은 아직도 코트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리온스의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이미 가슴속에 큰 상처를 입은 양측이 극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겨울 스포츠의 제왕에서 매니아들의 스포츠로 전락해 버린 한국 남자 농구. 국제 대회 성적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그 결과 국내 농구 시장 역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타개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과거 이상민, 우지원, 김승현과 같은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새로운 스타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또한 갈수록 장신화 되어 가는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도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가드 자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 고등학교 무대에는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두 명의 걸출한 가드가 포스트 이상민, 김승현 시대를 만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남다른 농구 유전자, 광신정산고 이동엽>
광신정산고의 장신가드 이동엽의 앞에는 항상 '아버지 이호근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녔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동엽은 바로 현재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호근 감독의 장남입니다. 수영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피까지 물려받은 이동엽은 어린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광신정산고 3학년 이동엽 ⓒ점프볼
어릴때부터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한 이동엽은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과 낮은 드리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등학교 진학 이후 패스에도 재능을 보이면서 최근 경기에서는 포인트 가드로서의 재능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슈팅의 정확도까지 높아지며 이미 고교 레벨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3학년이 된 이동엽은 올 봄 열린 춘계연맹전에서 고등학교 입학이후 첫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광신정산고로서도 지난 2005년 춘계연맹전 우승이후 무려 6년만에 우승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이동엽은 말그대로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골을 넣고 패스를 하는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해 팀의 골밑을 지켜 주었던 1학년생 센터 김영현이 빠지면서 팀내 센터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팀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장신 슈터로 서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김형준과 또 다른 멤버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배달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낮고 빠른 골밑 돌파로 직접 골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 지난 7월에 열린 종별 선수권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아쉽게 동아고에 무릎을 꿇었지만 위기때마다 과감한 3점포와 빠른 돌파로 동아고의 수비를 괴롭혔습니다.
올해들어 이동엽은 더욱 자주 외곽슛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 성공률이 매우 높아서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하는 사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A 패스를 배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 대회를 거듭할 수록 좋아지는 모습의 이동엽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약점이 있다면 역시 팀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광신정산고가 패한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 이동엽으로부터 시작되는 조급한 플레이들이 나오면서 추격의 실마리를 놓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물론 이동엽이 팀의 에이스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더욱 코트를 넓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더 큰 무대에서도 이동엽은 더욱 완성형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19세 대표팀에 선발된 이동엽 ⓒ점프볼
국내 대회 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까지 소화하는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 후반기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기량만큼은 쑥쑥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올해 역시 라트비아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아직까지 이동엽이 향후 농구를 계속하면서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소 부족한 외곽슛 능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면 장신 슈팅가드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동엽이 가진 패스 센스를 살릴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설픈 듀얼가드 보다는 확실한 한방을 갖춘 포인트 가드로 수업을 받는 것이 더욱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이제 이동엽은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학무대인데요. 이동엽은 고려대로 진학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년간 수많은 내흥을 겪었던 고려대지만 최근 선수들의 물갈이가 이루어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고려대에는 지난 해까지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이승현(용산고 졸)이 골밑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복고의 슈터 문성곤 역시 고려대로 진학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엽으로서는 골밑의 이승현과 외곽의 문성곤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더욱 포인트 가드로서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습니다.
2012시즌 대학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루키 이동엽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해 봅니다.
<무림의 숨은 고수, 중앙고 천기범>
중앙고 2학년 천기범 ⓒ점프볼
부산중앙고는 8강에서 전통의 명문인 '골리앗' 용산고를 시종일관 몰아붙인 끝에 승리를 목전에 뒀지만 아쉽게 한점차 패배(52-53)를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산중앙고의 깜짝 선전에는 2학년생 에이스 천기범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천기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모르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김해 동광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농구를 시작한 천기범은 이후 임호중학교에 진학하는 내내 포인트 가드 포지션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공을 가지고 놀줄 아는 가드, 센터에게 공을 넣어주는 센스가 좋은 가드라는 칭찬을 받아왔지만 다소 작은 신장은 천기범의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농구를 계속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천기범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을 즈음해 키가 빠르게 자라면서 현재 187cm의 신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오는 기간에도 키가 더 자라고 있다는 점 입니다.
센터 포지션이 부족한 팀 사정상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고, 배규혁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득점 지원이 낮아 현재까지는 팀내 주포의 역할도 맡고 있지만 천기범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포인트 가드를 맡아 왔습니다.
지난 해 김천에서 열린 종별 선수권대회에서 처음 고등학교 무대 공식전에 모습을 드러낸 천기범은 대회내내 가장 주목받는 1학년생이었습니다. 부산중앙고가 2010년에 출전한 유일한 대회가 바로 종별선수권이었지만 이 대회에서 천기범은 예선전 3경기와 16강 1경기까지 총 4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25.3점 7.8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 종별선수권에서 부산중앙고는 단 7명의 선수만이 엔트리에 등록되었습니다. 3학년생 김재중을 중심으로 천기범이 뒤를 받친 중앙고는 190cm가 넘는 센터가 없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삼일상고를 격파하는 이변을 만들어내며 예선을 통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16강에서 광신 정산고를 만나 혈투 끝에 무릎을 꿇었지만 천기범의 모습을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2011년 드디어 팀의 중심으로 우뚝선 천기범은 시즌 프리뷰 대회라 볼수 있는 서귀포 시장배 동계농구대회에서 팀을 결승에 진출시키며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부산중앙고 강양현 코치와 천기범 ⓒ바스켓코리아
그리고 최근 대전에서 열린 제 49회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예선에서 홍대부고와 안양고 등을 꺾으며 승승장구, 8강에서 제물포고를 꺾는 파란까지 일으켰지만 다시 한번 광신정산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1학년이던 2010년에 비하면 코트에서의 안정감이 더욱 좋아진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속공 상황에서 빠른 상황 판단으로 팀의 공격 리듬을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지난 해 까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부족해 외곽슛을 던질 때 공의 궤적이 다소 직선으로 날아가서 경기당 기복이 심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에 힘이 붙으면서 포물선이 커지면서 외곽슛 정확도도 좋아지는 등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02 시즌에 천기범이 또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꾸준한 발전 속도에 있습니다.
천기범과 부산중앙고로서는 번번히 전국대회에서 광신정산고에게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생기고 있네요. 지난 2010년 종별선수권에서도 부산 중앙고는 광신정산고에 막혀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올해 종별에서도 광신정산고에 발목이 잡히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앞서 소개해 드린 광신정산고의 이동엽과 부산중앙고의 천기범의 경우 매 경기마다 매치업이 되면서 불꽃튀는 경합을 펼쳐왔습니다.
2012년에는 광신정산고에 이동엽이 없으니 이제 광신정산고의 징크스에서 탈출해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갈 일만 남은 걸까요?
이제 대학무대에서 또 한번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게 될 이동엽과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우승 트로피를 잡고 싶어하는 천기범.
이 두명의 선수는 향후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장신 가드 자원으로 그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대표팀 경험이 없는 천기범에 비해 이동엽은 세계대회에 출전하면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앳된 고등학생에서 이제 제법 남자티가 나는 나이로 접어든 이동엽과 천기범은 외모에서도 충분히 경쟁력(?)갖출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남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수 많은 오빠부대 혹은 누나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향후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실력과 멋진 외모를 갖춘 이 두명의 장신 가드들은 다시 한번 농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줄 재목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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