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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남자 농구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한 4가지 제언

아쉬운 3위 ⓒFIBA Asia


대한민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이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의 성적을 거두고 귀국했습니다. 예선에서 이란에게 패하고, 결승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중국 만리장성을 넘느데는 실패했지만 지난 2009년 대회에서 치욕의 7위를 기록한 이후 어느 정도 명예 회복에는 성공했습니다. 비록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3-4위전에서 필리핀에 승리를 거두며 내년 7월에 열리는 2012 런던 올림픽 예선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회가 끝난 후 다시 한번 남자 농구의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 국가대표 전임감독체재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은 최근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데 있어서 전년도 KBL 우승팀 감독을 중심으로 코칭 스태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때는 유재학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허재 감독이 다시 한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내년 2012 런던 올림핌 최종 예선의 감독 또한 2011-2012시즌 우승팀의 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엔 누가 사령탑을... ⓒFIBA Asia

국내 최고의 리그인 KBL의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정규리그 54경기와 플레이오프까지 두루 거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라면 그 지도력은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고 최고의 팀을 만든 감독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팀의 감독이 되는 것 역시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를 맡으며 운영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매년 대표팀 감독이 바뀌는 것에는 그 연속성에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표팀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합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우 2002 월드텁 이후 전임 감독 체제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광래 감독이 자신만의 철학과 대표팀 선수 선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축구의 색깔을 분명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모든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은 모두 감독이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대표팀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 농구 역시 대표팀 전임 감독을 선임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선수 선발 및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표팀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시행될 경우 각급 국제 대회에 있어서 당장의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를 선발하고 존스컵이나 기타 작은 대회에 유망주를 선발해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 해보고 선수들의 훈련도 체계적으로 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팀은 2000년대 중반 김남기 전 오리온스 감독을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임명한 전례가 있습니다. 물론 그 끝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는 협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금전적인 면이 부각된)과 충분한 임기 보장과 인내심만 있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팀이 전임 감독제로 운용된다면 기타 프로팀 감독들의 경우도 훨씬 소속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전체적인 프로농구의 시스템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 공인구 및 룰 변경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국제 공인구로 사용되고 있는 몰텐 농구공에 대한 적응 훈련입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스타 농구공에 비해 몰텐 농구공은 그 표면이 미끄럽고 반발력이 좋아 특히 슈터들이 적응에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내가 던져볼까? ⓒFIBA Asia

손으로 하는 농구의 경우 공인구에 대한 적응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남자 농구는 그 부분에 대해서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스타는 국내 기업이고 애국심을 앞세워 우리 물건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제 대회만 준비하게 되면 몇일씩 새로운 공에 대한 적응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말그대로 시간낭비 입니다. 계속 스타 농구공을 사용하겠다면 스타 농구공을 몰텐 농구공과 비슷한 형태로 수정할 것으로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국제 공인구가 스타 농구공으로 바뀌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몰텐 농구공과 비슷한 무게와 재질을 가진 농구공을 스타에서 제공해 국내에서도 국제용과 비슷한 농구공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프로농구의 룰개정. 특히 몸싸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울리는 휘슬과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의 경우 국제 룰에 맞게 수정되야 합니다.

지난 2010년 4월 KBL의 주최로 열린 '재미있는 농구 경기를 위한 2010 KBL 공개 토론회'장에 패널로 참여한 추일승 현 오리온스 감독은 "경쟁력 강화 부문에 초점을 맞춰서 국제농구연맹 FIBA의 룰에 맞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의견은 많은 패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KBL은 수수방관했고, 이번 아시아 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여러 언론에서 그 부분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일자 이제서야 수정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포스트에서 살짝 스치기만해도 울리는 휘슬과 이를 이용해 큰 동작으로 넘어지고 심판만 쳐다보는 선수들이 계속 늘어나는 한 남자 농구를 더 이상 아시아 무대에서 조차 살아남기 힘든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것입니다.

3. 국가대표 상비군화

5천만명 중에 농구 잘하는 12명과 10억명 중에서 농구 잘하는 12명. 어느 쪽이 더 질적으로 우수할까요? 기본적으로 계산해도 후자일 거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내의 농구 인프라는 굉장히 한정된 상황입니다. 당장 아마와 프로를 통틀어서도 등록된 농구 선수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가능성을 보여준 김종규 ⓒFIBA Asia

그렇다면 어릴때부터 될성부른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급 연령별 대표팀의 선발과 운용 그리고 A대표팀의 경우 넓은 선수 인프라를 구축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선발하고 그에 맞는 대표팀 스태프를 구성한 후 연령별로 국가대표 상비군 목록을 작성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특히 선진 농구를 빨리 체득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유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입니다. 유망주들을 협회 차원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농구 유학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합니다. 그리고 16세 18세 대표팀의 경우 다양한 지역의 기술 위원들이 포함된 기구를 만들어 지방의 유망주도 상비군에 포함시켜서 연간 훈련 스케쥴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흡입력이 좋은 어린 선수들의 경우 다른 학교 선수들과의 합동 훈련을 통해 기량이 급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 상비군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어린 유망주들이 부상으로 빨리 사그라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각 학교뿐만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아마농구의 현실은 말그대로 처참합니다. 성적 지상주의에 목을 매단 지도자들은 매 대회때마다 어린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지역방어를 배우고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몸이 다쳐도 체계적인 관리는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기대를 모으던 선수가 막상 꿈에 그리던 프로에 데뷔해서는 아마 시절 당했던 각종 부상때문에 치료에만 수개월 혹은 수년을 허비하고 소리없이 은퇴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숫자의 최소 2배 혹은 3배수의 선수들을 상비군에 포함시켜서 이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몸관리를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뜩이나 날이갈수록 농구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지고 있는 원석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버려야 하는 일은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4. 국제 대회 개최

농구 국제대회를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것이 언제였나요? 지난 2010년 국제 군인농구 선수권대회가 국내에서 열렸습니다. 상무가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지요. 물론 상무는 프로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입니다. 하지만 역시 프로출신 선수가 다수 포함된 브라질이나 리투아니아 여기에 기본적으로 농구에 대한 인프라가 넓은 미국등을 제치고 한국팀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홈 어드밴테이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2002 월드컵을 들수가 있겠지요. 전국에 수많은 축구장이 만들어 졌고,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과 개최국의 잇점을 안고 한국은 승승장구 했습니다. 월드컵 4강이라...우리가 언제 다시 한번 그런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농구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번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은 경기 외적인 텃세를 안고 싸워야 했습니다. 중국의 말도 안되게 낮은 수준의 손님 대접에 한국팀은 제대로된 연습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홈팀과의 맞대결에서는 일방적인 야유 속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습니다.

허재 감독이 인터뷰에서 당한 상식 이하의 인신공격을 언제까지 참고 있어야 합니까. 이제는 협회가 적극적으로 국제 대회를 유치해야 합니다.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축구와 골프 외에는 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농구는 중국이 대부분의 대회를 유치하고 있고, 배구는 일본이나 중동, 그리고 핸드볼은 중동에서 대부분의 국제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남자 농구가 마지막으로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섰던 순간이 안방에서 열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세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날이 다시 올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