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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2009-2010 KCC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프리뷰 - 1편

많은 소식들과 함께 새 시즌을 앞둔 부산 KT 소닉붐(이하 KT)의 새 시즌, 그리고 첫 번째 시즌은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까.


가장 큰 변화 두가지는 역시 모기업의 변화에 따른 팀명 변화와 선수단을 이끌 수장 감독의 변화다.

지난 6월 KTF는 KT와의 합병을 통해 팀명을 '부산 KT 소닉붐'으로 바꿨다. 처음 '소닉붐'이란 이름을 들었을때는 "이 무슨 만화같은 발상이냐"고 콧방귀를 뀐것이 사실이지만 자꾸 들으니 왠지 정감가는 이름이다. 그리고 그 동안 국내 프포 스포츠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느낌이랄까. 어쨋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색다르다. 물론 아직까지 타이핑하는데 어색함이 있지만 나쁘지 않다. 재밌다.

'치악산 호랑이' 전창진 감독. 원주 동부 시절 부산 KTF에게 극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감독이 우리 팀의 감독이 되었다. 이제 동부에게 복수할 시간만 남은 것 일까? 처음 전창진 감독의 이름을 들었을때 '에이 설마~'했던 마음은 선수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했다. 팬들과의 의사소통에 적극적인 감독, 선수단과도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기저기서 받는다. 왠지 느낌이 좋다. 재밌다.

하지만. 시즌을 앞둔 마음은 마냥 재밌지 만은 않다.

여기저기 불안 요소가 눈에 띈다.

먼저 외국인 선수의 문제. 전체 2순위의 높은 드래프트 지명권을 그렉 스팀스마에게 사용했다. 스팀스마는 지난 시즌 SK에서 물론 좋은 활약을 펼쳤다. 득점력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수비력이 좋고 화이팅이 좋은 뭐랄까 한국형 외국인 선수? 하지만 스팀스마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다. 낮은 득점력은 현재 KT의 선수 구성상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스퍼 존스라는 선수는 정보가 없어서 잘 몰랐지만 지인들의 입을 빌리자면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공격력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거 같다. 실제 시범경기 성적도 나쁘지 않다. 물론 시범경기지만 말이다.

결국 시즌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스킴스마는 짐을 쌌다. 그리고 도널드 리틀이 왔다. 전자랜드의 개그맨 리틀이 온 것이다. 아...그냥 한숨이 나왔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극악의 공격력을 보였던 리틀이라니. 물론 리틀의 가치가 평가절하됐을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리틀은 전자랜드의 주 공격 옵션은 아니었다. 팀에는 서장훈이 있었고 김성철이 있었으며 정영삼도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히카르도 포웰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틀의 역할은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
그리고 나름 그 역할에는 충실했다. 하지만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점과 쉽게 흥분한다는 점은 시즌내내 팬들의 가슴 역시 조리게 만든 요소였다. 상대팀들은 리틀을 퇴장시키기 위해 1쿼터부터 적극저거으로 달려들 것이다. 물론 1명밖에 안뛰지만 리틀의 폭발로 인해 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빅맨을 막아야할 리틀을 코트에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상대 공격을 파울로 끊는 센터는 국내 선수로도 충분하다. 리틀은 상대 빅맨을 막아야 한다. 공격시에도 확실한 1번 옵션이 부족한 KT로서는 리틀이 뛰고 있을때 어떤 공격 방법을 선보일 것이가.

지난 시즌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신기성. 리그 톱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KT의 선봉장이지만 지난 시즌 내내 코트안에서의 신기성은 외로웠다. 팬들은 신기성의 공 소유시간이 너무 길다며 답답한 KT의 공격력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신기성은 리그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실제로 신기성의 볼없을때의 움직임은 팀 공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신기성이 공을 잡지 않은 시점에서의 볼운반자가 부족하다는 점.
지난 시즌 허효진은 피지컬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지만 신기성을 보좌하기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투지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 프로다. 올 시즌 조성민이 돌아왔다.

지난 06-07시즌 KTF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슈퍼루키 조성민의 복귀가 신기성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일단 조성민의 과감한 공격력은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있다. 허효진에 비해 조성민의 공격력은 탁월하다고 볼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코트에서 신기성에게 집중되던 수비를 분산시켜 신기성에게 걸리는 프레스를 분산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돌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허효진이 가지지 못한 조성민의 장점이다.

하지만 조성민 역시 신기성을 얼마나 보좌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물음표다. 상무에서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고 하지만 조성민은 여전히 프로 2년차 선수일 뿐이다. 올 시즌 더욱 안정된 슈팅 타이밍만큼이나 안정된 백코트를 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일단 지켜보자.

그리고 팬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박태양의 가세. 크리스 벤이라는 이름의 피부색이 조금 다른 이방인이던 이 선수는 어느새 팬들에게 박태양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한국선수로 탈바꿈했다.
전태풍이나 이승준처럼 큰 이슈를 몰고 온 선수는 아니지만 잠재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단점은 역시 언더사이즈. 1번을 보기엔 적합하나 검증된바가 없고 2번을 보기엔 신장이 작다. 대학시절 터프한 외곽슛을 터트리는 듀얼 가드로 활약했으나 아직 풀 경기를 우리에게 선보인 적은 없다. 그래서 하이라이트만 편집된 동영상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국농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박태양의 숙제다. 이미 미들레인지 이상의 점프슛은 충분히 검증 받았다. 그리고 빠른 트렌지션 게이미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농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지역수비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하다고 볼수 없다.
전자랜드의 정영삼을 롤모델로 삼으면 어떨까?

지난 시즌 10위를 기록한 KTF에서 유일한 희망의 끝을 찾는다면 바로 박상오의 재발견이라고 볼수 있다. 특출한 체격을 바탕으로 외곽슛도 가능한 박상오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에 뒤어난 특이 케이스. 하지만 이런 점때문에 프로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데뷔 첫해 입단 동기인 김영환에 비해 특출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타고난 파워를 살려줄 섬세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마침내 팀의 주전자리를 꿰차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박상오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선수치고는 비교적 부드러운 포스트업을 시도할 줄 아는 선수라는 것. 물론 모비스의 함지훈에 비해 유연성이나 골밑에서의 여유는 조금 부족하지만 등으로 상대를 막아선채  골밑으로 향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또한 간간히 터트려주는 외곽포는 보너스. 물론 이번 시즌 3점슛 라인이 멀어진 점은 불안정한 슛 셀렉션을 가지고 있는 박상오에게는 약점이 될수도 있지만 그만큼 포스트에서의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상오의 포스트업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올 시즌 KT의 포워드진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높이에서. 이은호와 마영진은 은퇴했다. 센터를 봐줄 국내 선수는 이상일 밖에 없다. 하지만 이상일도 박상오나 김영환과의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부실한 웨이트로 불안한 선수. 결국 KT의 4번 라인은 박상오 김영환 임영훈이 버텨야 한다. 팀내 최고의 허슬 플레이어 임영훈의 존재는 그래서 더 값지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선수를 상대 매치업에 맞게 쓸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KT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집합소가 될수도 있는 것이 지금 KT의 아쉬운 점이다.

기본적으로 KT의 3-4번 라인은 김도수의 가세가 반갑다
. 빠른 속공과 비교적 높은 확률의 3점슛을 가지고 있는 김도수는 수비의 약점이 있지만 공격 옵션으로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조성민 역시 포워드로서 뛸수 있다. 김도수는 전술 운용의 다양성을 가져다 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박상오와 김영환의 가장 큰 단점은 트렌지션 게임에 약하다는 것이다. 셋업 상태에서의 1:1에는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주지만 뛰는 농구에서의 메이드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김도수는 이런 뛰는 농구에서 그 빛을 발할 것이다. 또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골밑으로 컷인해 들어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06-07시즌 KTF에서 김도수는 골밑 컷인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다. 물론 당시 맥기-리치가 골밑에서 공간을 많이 넓혀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김도수는 빈공간을 잘 찾아들어갈 줄 아는 선수였다. 상무 시절에도 팀의 주포로서의 역할을 해냈던 김도수가 올 시즌 KT의 느림보 포워드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지 지켜보는 것도 한개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백업 문제. 올 시즌에도 신기성의 백업은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양우섭이 지난 오리온스와의 연습경기에서 김승현과 부딪힌 뒤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릎 십자인대가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양우섭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식은 더욱 안타깝다.

상당히 풍부한 포워드 자원에 비해 가드진의 백업은 약하다. 신기성이 예전처럼 38분씩 뛰기는 힘들다. 전쿼터 외국인 선수가 1명이 뛰는 상황에서 공격 옵션이 한정된다는 것은 결국 신기성에게 프레스가 돌아간다. 특히 신기성처럼 쉴세 없이 뛰면서 공간을 넓히는 스타일의 경우 경기당 35분 이상은 무리다. 개인적으로 신기성은 32분 가량이 가장 적당한 플레잉 타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8분은 누가 매꿀 것인가. 8분은 생각외로 긴 시간이다. 그 8분동안 단 한점도 못 넣을수도 있고 상대에겐 20점도 줄수 있는 시간이다. 최민규가 그 시간을 매워줘야 겠지만 최민규는 파이팅만큼의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조금 더 과감하게 경기 운영을 하면 좋겠는데, 너무 디테일하다. 결국 '24초를 초단위로 나누고 있다가 1초 남기고 공격하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만큼 답답하다는 얘기다. 최민규의 가장 큰 단점은 볼이 없는 상황에서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동료 선수와의 적극적인 2:2 플레이도 늘릴 필요가 있다.

박태양을 1번으로 활용해 볼수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불안하다. 결국 KT는 신기성을 믿고 가야한다. 팀이 언더사이즈로 맞춰지고 외국인 선수도 어느 정도 달릴 수 있는 팀으로 바뀐 만큼 신기성 본인이 장점을 살린 빠른 트렌지션 게임으로 경기 분위기를 몰고갈 필요가 있다


개막전 상대는 하필이면 KCC다 화제의 루키 전태풍이 가세한 지난 시즌 우승팀 KCC다.
하지만 다행이다라는 마음도 든다. 단점은 빨리 발견할 수록 좋다. 높이에서의 열세속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은 경기는 국가대표 라인업을 갖춘 통신사 라이벌 SK. 이번엔 스피드 싸움을 해볼 수 있겠다. 주희정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던 신기성이기에 독한 마음을 품어야 한다.

KCC의 하승진과 SK의 방성윤에 대한 수비가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승부의 키가 될 것이다. 물론 신기성은 전태풍과 주희정이라는 만만치 않은 적수들을 상대하면서 팀도 이끌어야 한다. 부디 지난 시즌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모래성같은 팀이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가진 팀으로 변모했으면 좋겠다.

개막전 17일 사직에서 '올레 KT'를 외치길 바라며.


- 개막전 1쿼터 예상 선발 : 신기성-조성민-김도수-박상오-도널드 리틀

- 히든 카드 : 제스퍼 존스, 박태양

- 예상 키워드 : 빠른 속공, 지역 수비, 전창진 감독의 포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