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y?/issue

김기덕 감독의 자필편지..."한국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읽다"

김기덕 감독 ⓒ FILM2.0

지난 19일 오전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보도된 김기덕 감독의 근황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자필 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이틀동안 김기덕이라는 글자를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치면 연관 검색어로 '폐인' '칩거' '배신' '은둔' '대인기피증'과 같은 글자들이 추가됐더군요. 참...무서운 인터넷 세상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는 맞지만 과거는 잊고 현재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골자였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인 '악어'부터 한편도 빼놓지 않고 모두 봐왔고, 그가 만든 영화에서 느껴지던 날것 같은 느낌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뭘 하나 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얼마전에 우연히 술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김기덕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했었는데, "석달이 멀다하고 영화 만들던 사람이 요즘 너무 조용하다?"라고 대화가 끝났었는데, 이렇게 다시 나타나니 신기하네요.

아무튼 김기덕 감독이 언론에 보냈다고 하는 자필 편지 속에는 언론에서 잘못 이야기한 것들에 대한 수정과 함께 대형 기획사에 대한 비난의 모습도 옅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의 평지 내용을 읽는 동안 들었던 생각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동시에 날로 영화 선택권을 잃어가는 불쌍한 한국의 영화팬들과 개봉관수는 더욱 늘어만 가는데도 더 개봉관 잡기가 힘들어 지는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서 악전고투 중인 수 많은 작은 영화들을 대표한 절규같아 보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단 김기덕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이 악전고투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충무로에 단비가 되어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아래는 언론에 보내왔다는 김기덕 감독의 자필 편지 전문입니다.

한번 읽어 보시고, 김기덕 감독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어떨런지요.

김 감독이 언론에 보낸 편지 전문.

몸이 안 좋아 지방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와 아래와 같은 해명을 합니다.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도 한 것은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장훈 감독과는 오래전에 화해를 했습니다.
영화를 중단하고 제가 지방에 혼자 조용히 사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저 자신의 잘못된 삶을 돌아보고 다스리는 시간이며 그 누구도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또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다 이해하고 지나치게 영화로만 삶을 살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제 본질을 깨달아가는 지금의 제 상황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15편을 통해 어쩌면 제가 하고 싶은 영화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그냥 먼 산을 이유 없이 보듯 막연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을 통해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장 한번 못 갔지만 지금 '풍산개' 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그 영화가 떠난 그들과 준비하던 영화였기에 꼭 완성하고 싶어서 전재홍 감독과 새로운 피디와 헌신적인 스태프들과 노개런티의 배우들과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찍고 있습니다.

메이저들에게 돈으로만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돈으로 만든 영화와 열정으로 만든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장훈 감독은 제 제자 중에 가장 열심히 영화를 공부했고 늘 최선을 다했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영화는 영화다' 끝나고 지난해 초 어느 메이저의 투자를 받기로 하고 그들과 '풍산개' 를 준비 중에 피디가 외부의 시나리오를 감독에게 보여주었고 감독이 하고 싶어 했고 저는 '풍산개'가 중단되는 게 아쉽지만 수용하고 원작자와 합의해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는 김기덕 필름이 '사마리아' '빈집' '영화는 영화다' 등 일곱 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해외 수십 개국에 영화를 수출한 제작사임에도 메이저 회사의 이름으로 메인 제작타이틀과 제작지분을 원했고 그것을 이견 없이 수용했음에도 계약서에 영화 제작이 중단될시 두 배를 변상하라는 조항이 있어 그 조항만을 한 배로 수정해달라고 부탁하는 중에 감독과 피디를 데려다 집적 계약을 했습니다.

메인제작타이틀과 제작지분까지 가진다면 그들이 실제 제작자이고 저는 제작대행인데 수십억 들어가는 영화가 잘못 될시 왜 제가 두 배로 변상해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영세한 제작자들은 투자배급극장을 다 가진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겠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다'는 모든 메이저가 투자를 거절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전 재산 2억과 해외 선 판권료 2억과 두 배우가 2억을 투자해 6억으로 만든 영화이고 결국 성공을 했지만 극장 부금 모두를 사기를 당했고 1차 소송에서 원금 2억은 회수했지만 이익금은 여전히 법적 소송중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영화로 감독이 인정받고 저와 '풍산개'를 준비 중에 그 영화의 투자를 거절했던 메이저는 감독과 피디를 데려다 계약을 한 것입니다
그들이 저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한 건 제가 판단할 때 메이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저로 인해 영화가 중단 될 두려움에 그들이 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다 이해합니다.

결국 저를 떠난 그들도 메이저가 가진 돈과 배급 극장이라는 하나의 통로를 가진 거대한 배에 올라탄 것일 뿐이고 다른 누구도 그런 기회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돈으로 만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꼭 그들에게 보여 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 '풍산개'가 그 첫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산개는 약 30억 이상 필요한 영화지만 작은 예산으로 모든 스태프들이 이익이 나면 개런티를 받는 조건으로 헌신적인 참여로 만들고 있습니다.
5년간 어떤 의심 없이 동고동락한 그들이 너무 쉽게 메이저와 직접 계약한 것을 뒤늦게 알고 몇 달 동안 아무한테도 말 못하는 공항상태에 있었습니다.
우선 답답한 기분에 그들과 '풍산개'를 준비하며 소모한 시간에 대한 지분요구도 초라하게 해봤고 메이저에 대항해 할리우드와 합작할 오백억 예산에 흥행영화 시나리오도 썼지만 그러나 결국 나 자신이 나 자신의 욕심과 싸우는 문제라고 생각해 나 자신을 다스리기로 했습니다.
그 일로 감독은 수차례 사과를 했고 저는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너무 초라하게 만든 그 메이저의 태도와 그 과정을 조정한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돈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꼭 깨닫게 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구질구질한 것들을 아직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했다고 하시겠지만 저는 누굴 비난하는 게 아니라 영화계의 모순과 영화는 캔버스와 물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저와 화해한 감독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는 옳지 않습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은 하고 싶은 영화를 저처럼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랬기에 지금의 장훈 감독이 있고 지금 중요한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장훈 감독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과 그가 하는 영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작하는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의 제작비 일부를 장훈감독이 지원해 주었고 그래서 풍산개가 제작이 시작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기억하고 제 영화를 아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눈물을 드립니다. 사람들이 지금 제 행색을 보면 폐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날짜를 쓰다 보니 오늘이 제 생일이군요.

12월20일 강원도에서 김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