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통 음악프로가 공중파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음악시장 자체가 이제는 음원 중심으로 흘러가고, 여기에 10대 중심의 아이돌 가수들이 주축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무대에 대한 수요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때 음악의 다양성이란 부분에서는 가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음악적 다양성의 해갈에 큰 도움을 줬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MBC 라이프와 에브리원에서 방송하던 '수요예술무대'(이하 수예무)였습니다.
음악적 해갈의 유일한 통로였던 '수요예술무대'
1992년 MBC에서 처음 방송되었던 수예무는 방송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뮤지션들과 밴드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상당수의 마니아층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수예무'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저조한 시청률에 의한 것이었겠죠. 그런 수예무가 지난 해 10월 MBC의 케이블 채널인 라이프와 에브리원에서 다시 방송을 시작했을 때 너무나 기뻤습니다.
다시 돌아온 수예무는 여전했습니다. 여전히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흐뭇해지고, 눈을 감고만 있어도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 주는 뮤지션들과 음악들로 무대를 가득채워 주었습니다.
아이유도 다녀간 수예무 ⓒMBC미디어
수예무는 바비킴과 이루마가 MC를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어색한 진행실력을 뽐내기 보다는 최대한 멘트를 줄였고, 뮤지션들에게 많은 시간을 양보했습니다. 그동안 수예무에 출연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보자면 이들 두 MC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무례한 것인지를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MC들 역시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최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어쩌면 다소 부족한 진행 실력때문이었을까요?^^
수예무의 무대에는 정말로 많은 그리고 굉장한 뮤지션들이 다녀갔습니다.
5년만에 찾아온 첫 무대에는 유키 구라모토가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탈 케이도 무대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리스 매치(paris match)의 무대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밴드라서도 그랬겠지만요...그리고 파트리샤 카스도 다녀갔군요.
김광석 추모 공연을 하기도 했고, 박학기를 비롯해 나무자전거,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 씨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수예무였고, 한여름에는 시원한 락음악들로 귀는 물론 온몸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했죠.
게리무어 추모 콘서트 ⓒMBC미디어
최근에는 '게리 무어 추모 콘서트'가 기억에 남는 군요. 한국의 대표 기타리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 수예무가 아니라면 어떤 프로그램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박정현과 임재범, 정엽 등도 수예무 무대에서 꽉찬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박정현의 경우 국내에서 데뷔한 첫 무대가 바로 '수예무'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임재범 또한 최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직전에 수예무 무대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었죠.
임재범 ⓒMBC미디어
그렇게 음악적으로 오랜 시간 편식없이 골고루 잘 소화해 주었던 수예무가 또 다시 8개월만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5월 25일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다고 합니다. 고별 방송도 없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수예무를 빛내줬던 수많은 뮤지션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지난 해 10월 다시 방송을 시작한지 8개월만이네요. 이번에도 역시나 수예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저조한 시청률. 기사를 보니 수예무의 평균 시청률은 0.1%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무시할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그동안 수예무가 쌓아올린 상징성에 대해서는 조금만 고민해 본다면 이렇게 아무런 예우도 없이 쉽게 내쳐질 방송이 아닐텐데...수예무를 좋아했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로서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순수 음악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근 KBS Joy에서 새롭게 시작한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가 있기는 한데... 사실 이건 제가 다시 시작한 이후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의 포맷을 가지고 진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KBS의 '열린 음악회'가 있겠군요. 적어 놓고 보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드네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KBS 홈페이지 캡쳐
지난 해 KBS의 '음악창고'와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연이어 폐지되었고, SBS에서 방송했던 '김정은의 초코렛' 역시 올 3월 폐지되었습니다.
KBS에서 방송 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그나마 공중파에서 만날 수 있는 순수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불수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최근들어서는 토크의 비중이 조금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이 생기는 중 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 기준에서는 순수 음악프로그램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인 유희열씨의 예능감이 너무 넘쳐서 그럴까요?^^
또한 '스케치북', '초코렛'과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가 가졌던 불만은 이들 프로그램 모두 한 방송 분량안에서 너무나 많은 가수들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한시간 내외의 짧은 방송시간에서 그들은 한두곡의 노래를 부를 시간만 허용됩니다. 노래 한곡 부르고, 이야기 좀 하고 노래 하나 더 하고 떠나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컸고, 그러면서 노래 중간에 토크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부분에 대해서 순수 음악 프로그램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살아남았고, 완전히 예능 프로그램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다양한 음악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박수 쳐주고 싶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범람, 그 놈의 예능이 뭔지...
얼마전 KBS의 광고에 '우승상금 1억원!'이라는 문구가 나와서 뭔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라는 프로그램이더군요. 아마추어 밴드판 '슈퍼스타 K'라고 봐도 될까요?
KBS에서 준비중인 'TOP 밴드' ⓒKBS 홈페이지 캡쳐
Mnst의 '슈퍼스타 K'가 대박을 치자 MBC에서는 '위대한 탄생'을 내놓았고, KBS에서는 'TOP 밴드'를 만드는 군요. 개인적으로는 가요 서바이벌 오디션 열풍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밴드 오디션을 KBS에서 하게 되네요. 여기에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젼이라고 불 수 있는 '불멸의 명곡2'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유행을 쫓아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인 논리가 앞세워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방송사가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만 이런 표현은 그냥 상투적인 표현이 되어 버렸죠.
음악이 주는 감동에 서바이벌의 긴장감을 더하고 예능의 웃음기를 추가한다는 것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것도 분명 좋은 것은 아니죠. 서바이벌의 형식을 빌려 음악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주는 것도 분명합니다. 네, 저도 '나는 가수다'나 '슈퍼스타 K'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감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간판을 내세웠다면 프로그램에 출연한 뮤지션들의 입에서 가벼운 토크만 뽑아내서 시청률을 올릴 것이 아니라 수준급의 무대와 수준급의 음향 시스템을 통해 뮤지션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 한번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된 수요에술무대. 하지만 수요예술무대의 뒤를 잇는 프로그램이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고생 많으셨어요...ⓒMBC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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