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는 그야말로 대혈전입니다.
2013년부터 시행되는 승강제를 대비하기 위해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16개 구단은 3월부터 지금까지 정규시즌만 28경기씩을 치뤘습니다.
여기에 FA컵을 치렀고, 상위 몇개 팀은 AFC까지 병행하고 있었죠.(비록 다 탈락했지만...)
16개 구단은 올 시즌 챔피언이 되기 위한 그리고 다음 시즌 강등을 면하기 위한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제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상주 상무도 1부 리그 잔류의 희망이 생기면서 다시 한번 순위 변동에 변수로 참여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28라운드가 끝난 현재 상위 스플릿에 참여할 팀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추석 귀경열차표 구하기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팀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상위라운드로 간다' 부산-포항-제주
지난 26-27라운드에서 각각 전북과 서울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차곡차곡 승점 1점씩을 쌓아왔던 부산은 18일 강릉에서 열린 강원과의 경기에서 경기 막판 터진 맥카이의 버져비터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점 45점을 확보한 부산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2012.08.21 현재 순위표
지난 해 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은 안익수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추구하는 부산표 맞춤형 전술로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더니 올해도 역시 쉽게 지지않는 팀 부산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포항도 19일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황선홍 감독의 포항 부임 후 대구전 첫 승이라는 징크스 탈출과 함께 상위 라운드 진출 확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4-2라는 스코어가 보여주듯 난타전이 벌여젔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포항은 승점 44점을 기록했습니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져도 8위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포항에 패한 대구는 8위 입성에 실패했습니다. 이날 대구가 포항에 승리했다면 포항의 승점을 41점으로 묶어두고 자신들은 39점의 승접을 가질 수 있어서 8위 고지 선점에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제주 강수일
제주 이야기도 안할 수 없겠네요. 이날 제주는 전북을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경기 초반 제주는 강수일이 재치있는 선제골을 성공시켰지만 전북에게 내리 2골을 허용하며 1-2로 끌려갔습니다. 하지만 후반 중반 두번의 역습이 모두 골로 연결되며 3-2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상대 수비의 빈틈을 놓치지않고 예리하게 파고든 제주의 날카로움이 빛났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전북전 승리를 눈앞에 뒀던 제주지만 경기막판 한번의 수비 실수가 결국 동점골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리그 최강자인 전북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마지막 3분은 제주로서는 참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날 승점 1점을 추가한 제주는 승점 42점으로 7위, 그 아래로는 인천과 대구가 나란히 승점 36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라운드는 2라운드. 만약 제주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지고 인천과 대구가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이 42점으로 동률이 되더라도 제주의 득실차가 +14로 워낙 크기 때문에(인천 -3, 대구 -7) 사실상 8강 상위라운드 진출에 확정적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축구는 의외성이 가득한 종목이기에...믿을 수 없는 대패와 대승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 17점의 득실차가 단 2경기만에 뒤집혀 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28라운드까지의 결과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한 7팀은 확정적이라고 본다면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한 자리를 어느 팀이 차지할까가 마지막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리그 순위를 바탕으로 본다면 8위 가능성이 있는 팀은 인천-대구-경남-성남까지 4팀입니다.
한발 앞선 인천-대구, 비장의 무기 숨겨둔 경남, 그리고 대반전을 노리는 성남
나란히 2경기씩은 남겨둔 현재 승점 36점에 2팀(인천-대구), 34점에 경남 그리고 33점에 성남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들 4팀의 남은 29, 30라운드 경기를 나열해 보면
인천 -승점 36점, 득실 -3 : 29R 전북(23일), 30R 제주(26일)
대구 -승점 36점, 득실 -7 : 29R 강원(22일), 30R 서울(26일)
경남 -승점 34점, 득실 0 : 29R 부산(22일), 30R 광주(26일)
성남 -승점 33점, 득실 -7 : 29R 제주(23일), 30R 수원(26일)
입니다.
일정상으로는 어느 한 팀의 유불리는 논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대등합니다.
하지만 인천의 경우 상위권에서 치열한 승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북과 제주를 사흘간격으로 만난다는 부담이 있고, 성남 역시 제주와 수원을 상대해야 합니다. 대구의 경우 30라운드의 서울전이 있지만 29라운드에는 비교적 약체인 강원과의 경기가 포함되어 있고, 경남은 22일 부산전에 이어 마지막 라운드에는 광주와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일정 상으로는 조금 나아 보입니다.
인천-성남과 연이어 만나는 제주가 의외로 이들 4팀의 운명을 가를 키로 작용할 수도 있겠네요.
인천과 대구가 나란히 승점 36점으로 일단 승점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지만 이들 팀의 득실차가 각각 -3과 -7인점이 조금 걸리는 부분입니다. 대구와 인천 모두 남은 두 경기에서 최소 승점 4점이상(1승 1무 이상)을 기록한다면 추격자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득실차가 0인 경남의 막판 추격에 자칫 8위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인천으로서는 전북과 제주와의 경기에서 최소 1승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고, 대구 역시 강원전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차로 승리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인천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에 4연승을 기록하고, 지난 5월 전북과의 맞대결에서도 시종일관 난타전이었던 경기에서 리드하다가 경기 종료직전 에닝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아쉽게 놓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입니다. 전북의 막강한 '닥공' 위력이 살아나고 있지만 전북의 수비진은 인천의 측면 공격으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천으로서는 오히려 제주와의 마지막 경기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규리그 첫 경기에서 제주에 1-3의 패배를 기록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천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제주가 최근 5경에서 무-패-무-패-무를 이어오면서 한달 가까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리그 초반에 페이스가 좋았다는 것이죠. 실제로 제주는 리그 중반 1위까지 차지할 정도로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바 있습니다.
지난 28라운드에서도 전광석화같은 2개의 역습을 골로 연결시키며 전북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갔던 저력의 제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으로서는 상위 스플릿 잔류의 분수령이 될 30라운드 제주와의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28라운드에서 하석주 감독에게 데뷔 첫승을 안겨주고 만 경남은 남은 2경기가 모두 홈에서 치뤄진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부산, 광주와의 경기라는 점도 상위 스플릿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성남 윤빛가람 (MK스포츠)
지난 4일 25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4-1의 대승을 거둔 이후 서울에게 1-2로 패했고, 이후 리그 최하위권인 대전과 전남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것이 경남에게는 아쉬운 경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남보다 한발 앞서 있는 인천과 대구에 비해 골득실에서 앞서고 있고, 그 두 팀에 비해 마지막 2연전의 일정이 비교적 순탄하다는 점에서 마지막 깜짝 반전의 기회도 있어 보입니다.
팀 역대 최악의 시즌 중 하나로 기억될 성남의 올 시즌은 기대와 아쉬움이 혼재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성남의 강함을 보여주려면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상위 스플릿으로 진출해야 할텐데...이게 참 남은 일정이 만만치 않네요. 28라운드 상주전에서 기분 좋은 3-0승리를 거뒀지만 하필이면 29라운드가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제주원정이고, 이어 이틀을 쉬고 30라운드 수원전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동거리며 회복시간이며, 모든 면에서 4개팀중 가장 불리한 것이 성남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성남도 일단 저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니까요. 아직까지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그동안 중압감이 심한 경기를 많이 치뤄온 성남이기에 리그 후반의 부담감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윤빛가람이 좀...)
막바지에 이들 4팀간의 맞대결이 한번쯤 끼여 있다면 더욱 치열한 순위싸움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텐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이제 올림픽의 영웅들도 돌아왔고, 치열한 순위싸움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녁에 열대야로 잠들기 힘드시다면 온가족이 축구장으로 나들이를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TV로만 보는 해외리그보다 눈 앞에 펼쳐진 K리그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드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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