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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성균관대의 '숨은 진주' 4학년생 가드 김태형

올 시즌 대학농구리그는 중앙대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경희대와 연세대의 빅3가 1,2,3위를 형성하며 타 대학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명실공히 이번 대학리그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의 4학년 트리오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최현민 임동섭, 김현수, 장재석, 정성수, 유병훈 등 백업 멤버들도 김상준 감독의 조련아래 훌륭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선두권과 달리 중위권은 너무나 치열한 혼전중입니다. 4위인 건국대(8승)부터 10위인 한양대(6승)까지 승차는 단 2승에 불과합니다. 물론 경기수에 차이가 있지만 어느 한 팀이라도 연승 분위기를 탄다면 8강 티켓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의 연패는 치명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29일 맞대결을 펼친 한양대와 성균관대는 후반기들어 각각 2연패와 3연패를 당하며 승수를 쌓지 못하고 순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본다면 올 시즌 성균관대의 부진은 일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성균관대는 대학 최장신 센터 중 한명인 방덕원을 비롯해 조효현, 김민섭, 김일중, 김태형 등 기량이 좋은 4학년 선수들과 임종일, 박석환, 함길호 등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저학년 선수들로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당초 성균관대는 빅3를 견제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상위권 진출이 유력해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성균관대의 전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특히 210cm, 113kg의 거구인 방덕원을 살리는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성균관대의 주전 포인트 가드인 조효현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링은 물론 5점을 줘도 좋을 만큼 긴 슈팅 레인지를 가지고 있지만 포인트 가드가 갖춰야될 시야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다. 특히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방덕원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이미 4년째 한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3점슛 3개를 포함해 11점을 넣었지만 방덕원이나 김일중이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들어가는 패스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어시스트는 속공 상황과 개인 돌파에 이은 패스로 만들어 졌다. 

이날 성균관대는 3학년생 박석환의 버져비터에 힘입어 85-82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쉽게 경기를 풀어가야 할때마다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하며 한양대에게 무려 18개의 3점슛을 내준 것이 경기를 힘들게 펼친 원인이었다. 방덕원이 코트에 있을 때 방덕원의 느린 스피드 때문에 지역 수비만을 고집하는 성균관대의 수비 전술이 자칫 패배의 빌미가 될 뻔 했다. 

그런 성균관대를 살린 것은 24점을 넣은 방덕원도, 18점을 넣은 김민섭도, 버져비터를 넣은 박석환도 아닌 4학년생 가드 김태형이었다. 

성균관대의 살림꾼인 김태형은 187cm의 비교적 단신이지만 성균관대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숨은 보배다. 

이날도 김태형은 후반 11점을 집중시키며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특히 한양대가 오창환과 차바위의 득점으로 추격을 펼치던 4쿼터 중반 스틸에 이은 속공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위기를 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김태형은 빠른 발을 앞세운 날카로운 골밑 돌파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골밑 슛과 패스가 장기인 선수다. 김태형의 진가는 속공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발빠른 조효현, 임종일 등과 함께 속공의 1선에 나서는 김태형은 공중에서 균형 감각이 좋아 골대 앞에서 마무리 능력이 좋다. 또한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볼 흐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선수 중 한명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록 아직 외곽슛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태형의 손끝에서 터지는 3점슛은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가드 포지션에서 패스 능력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김태형이 경기를 리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성균관대에서 김태형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수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성균관대는 방덕원이 코트 위에 있을 때 거의 2-3지역 수비를 펼친다. 발이 느린 방덕원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함인데, 이 수비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돌파에 이은 킥 아웃 패스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양대 전에서도 그러한 약점은 고스란히 노출되었는데, 김태형의 빠른 발을 살린 수비가 없었다면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김태형은 볼 사이드는 물론 위크 사이드에서도 부지련히 움직여 주며 한양대의 슈터들을 집중마크 했다. 한양대는 돌파-패스-돌파-패스에 이어 좋은 찬스를 만들어 가면서도 번번히 슛 위치에 와 있는 김태형 때문에 놓친 슛 찬스가 적지 않았다. 


김태형과 수비에서 짝을 이루던 김일중이 조금 더 효율성있는 플레이를 펼쳤다면 의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날 성균관대의 선수 기용은 아쉬움이 남았다. 한양대의 단신 라인업을 상대로 성균관대는 김일중의 기용을 고집했다. 김일중은 이날 경기에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38분을 뛰었다. 하지만 김일중이 한양대의 빠른 로테이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을 많이 노출하며, 높이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김민섭-김태형-임종일을 동시에 기용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성균관대의 선수 기용에서 김태형의 위치는 애매한 상황이다. 공격력이 좋지만 아직 수비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임종일과 번갈아 가면서 코트에 나서고 있다. 또한 김민섭과도 비슷한 포지션에 출전하고 있다. 

195cm의 장신이면서도 돌파와 슈팅 능력이 좋은 김민섭을 4번에 기용하고, 발 빠른 김태형과 임종일로 한양대의 발을 묶었다면 훨씬 수월한 경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성균관대는 이날 한양대에 승리를 거두며 대학리그 7승(9패)째를 거뒀다. 6경기를 남겨 놓은 가운데 현재 순위는 7위. 그렇다고 8강 진출에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후반기 남은 일정이 비교적 무난한 상대가 남아있어 충분히 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성균관대는 여전히 조직력에 의문표를 달고 있지마 선수 개개인의 능력만큼은 대학리그 상위권에 속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팀 성적이 저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분명히 존재한다. 김태형 역시 그런 선수 중 한명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있는 김태형에게 이번 대학리그는 가장 큰 기회이다.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묵묵히 팀에 필요한 선수로 두드러지진 않지만 꼭 필요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187cm의 비교적 단신인 김태형이 2011 드래프트에서 언제 이름이 호명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태형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 스카우터라면 그의 수첩에는 반드시 김태형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매 경기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팀 공격과 수비에서 힘을 불어 넣는 성균관대의 숨은 진주 김태형의 모습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