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찰스 로드 ⓒ 연합뉴스
오늘 창원 LG와 부산 KT의 경기는 그야말로 명경기였습니다. 10점이 넘는 큰 점수차의 리드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역전 버져비터까지 허용한 LG의 강을준 감독의 경기 운영이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버져비터를 맞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리고 이 날 경기의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낸 제스퍼 존슨은 그야말로 타짜의 진수를 보였습니다. 지난 시즌 KT를 단숨에 4강으로 이끌었던 제스퍼 존슨은 둔해보이는 생김세와 달리 섬세한 농구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왔습니다. 올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년차 징크스에 빠지나 했지만 이 날 올 시즌 최다 득점인 29점을 폭발시켰고, 특히 0.2초를 남기고 극적인 결승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습니다. 전반까지 단 2점에 그쳤던 존슨이 후반에만 27점을 집중시켰고, 이중 4쿼터 득점은 17점이었습니다. 윤여권과 존슨이 4쿼터에 넣은 득점만해도 26점이네요. ㅎㄷㄷ
이날 경기는 홈팀인 LG는 물론 KT입장에서도 참 불편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내용의 격렬함은 물론이요. 선수들의 파이팅과 승리에 대한 의욕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심파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때문이었습니다.
- 올 시즌 가장 극적인 승부, 존슨의 환상 버저비터!
역전 버져비터를 넣은 제스퍼 존슨 ⓒ 연합뉴스
오늘같은 날은 소위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경기였는데, LG는 문태영이 그러한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4쿼터 1분 37초를 남기고 퇴장 당하기전까지 34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본인의 역할을 100% 소화했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서서히 지난 해 득점왕의 위력을 찾아가던 문태영은 KT를 상대로 펄펄 날았습니다.
지난 해 문태영은 KT를 상대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KT 포워드진의 물량 공세에 활동반경이 상당히 제약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KT의 송영진이 부상으로 빠지고 김영환도 없는 상태가 되자 문태영을 막을 선수는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태영은 무려 5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2,3쿼터 각각 11점과 12점을 넣으며 큰 리드를 잡는데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KT는 윤여권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윤여권은 슈팅력은 가지고 있지만 수비가 약해 1군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전창진 감독 부임이후에는 팬들의 뇌리에서 완전히 잊혀진 선수였죠.
하지만 이날은 그동안의 설움을 날리기라도 하듯 마음껏 공격력을 폭발시켰습니다. 특히 로드 및 존슨과의 영리한 2대 2 플레이로 골밑 찬스를 보는 플레이는 KT경기를 오랫동안 보아온 저도 처음보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윤여권은 3점슛 하나를 포함해 24점을 올렸습니다. 이 중에 4쿼터 득점이 9점이었습니다.
KT선수들 ⓒ 연합뉴스
전날 전자랜드에 아쉽게 한 점차로 패했던 KT는 LG를 상대로 똑같이 극적인 승리릴 따내며 선두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반면 LG는 다 잡았던 경기를 내주며 최근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막판 뒷심부족으로 경기를 내주는 나쁜 악순환을 끊지 못했습니다.
지난 해 부터는 LG가 유독 KT만 만나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LG의 장점을 살리는 경기 운영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 극적인 경기 망친 심판들의 결단력
수근수근...ⓒ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수차례 어이없는 판정으로 경기 분위기가 요동쳤습니다. 양 팀 감독은 끊임없이 심판들에게 항의를 했고, 그때마다 카메라에 비친 심판들의 모습은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감독들의 과도한 어필도 분명 보기에 좋은 장면은 아니지만 감독의 어필에 대해 아무런 말도 못하는 심판의 모습은 팬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심판의 위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가장 중요한 판정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항상 3명의 심판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경기 상황을 본 것에 대해 분명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자신있는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 심판들 스스로 심판에 대한 권위를 깍아 내리는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경기는 박진감이 폭발 일보 직전까지 치닫을 정도로 팽팽했고, 앞서 몇번의 파울 판정에 양 팀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팬들의 감정도 격해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전 문태영의 석연찮은 5반칙 퇴장. 이어서 이날 최고의 활약을 보인 변현수의 역전골. 하지만 존슨의 손 긑에서 시작된 3점슛에 도둑맞은 홈 승리. 그것도 그 동안 안좋은 기억이 많았던 KT와의 경기.
창원팬들에게는 두고두고 기분 나쁜 경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심판들은 마지막 존슨의 버져비터에 대한 골판정에 시간을 끌면서 경기장에 있는 창원팬들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코트위의 심판 3명 중 그 상황을 본 심판이 아무도 없었다면 빨리 방송화면이나 감독관에게 콜을 달라고 해서 골판정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세명이 모여서 이야기만 나눌 뿐 1분 가량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죠.
그 사이 노골을 외치던 창원팬들의 승리에 대한 바램은 커져갔고, 최종 심판의 골 판정이 나오는 순간 그 바램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변하게 됐을 겁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어설픈 판정으로 팬들을 흥분시킨 심판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일부 팬들의 과격한 행동이 잘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심판들은 이번 판정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트 위에 3명의 심판들 중 누구도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본인들의 책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다보면 볼 수 있는 답글 중 가장 가슴이 아픈 글이 '저 심판 토토했네'하는 류의 글 입니다. 얼마나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깊으면 그런 의식이 남아있는 것 일까요. 하지만 그런 불신을 만들어낸 주체는 바로 심판들 스스로는 아닌지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합니다.
강감독님..답답하시죠..저도 그래요...ⓒ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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