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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챔프전: KCC-동부] 창과 방패! 3차전을 사수하라!


홈에서의 마지막 축배 ⓒKBL


전주 KCC와 원주 동부의 챔피언결정전이 막을 올렸습니다. 4강에서 나란히 정규리그 1,2위를 차지했던 부산 KT와 인천 전자랜드를 꺾고 올라온 KCC와 동부는 전주에서 열린 1,2차전에서 1승씩을 나눠 가졌습니다.

1차전에서는 동부가 특유의 강력한 압박 수비로 KCC의 공격을 무력화 시킨 끝에 승리를 거뒀다면, 이틀 뒤에 열린 2차전에서는 KCC가 높이에 스피드가 가미된 KCC식 공격 농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승리를 따냈습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에서 각각 1승씩을 나눠 가진 경우는 총 6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 3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까지 이른 경우는 무려 5번입니다. 확률상으로도 80%가 넘습니다. 단기전이니만큼 기세를 잡을 수 있는 3차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미 '업셋 시리즈'에 이어 나란히 1차전 패배 후 챔프전에 진출한 '반전 시리즈'를 만든 양 팀의 이번 챔프전은 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낼까요?


이제 승부는 원주를 거쳐 서울에서 끝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6일과 17일에 전주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1,2차전을 되돌아 보고 20일 원주에서 열리는 3차전과 앞으로의 챔프전에서 양 팀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KCC의 창도 튕겨낸 동부의 방탄산성!

역시 김주성! ⓒKBL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많은 매체는 우승팀 예상을 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 기사들 중에서 과반수 이상은 KCC가 전력상 우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차전만큼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높이와 수비의 앙상블이 완벽히 들어맞은 동부가 77-71로 승리를 거둔 겁니다.

1차전에서 동부는 하승진에게 22점을 내줬습니다. 하승진은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평균 16.1점 10.7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당 32분 이상을 출전하면서 팀의 중심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줬습니다.

챔프전 1차전에서도 전체적인 기록을 놓고 본다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볼수도 있지만 전반에 단 7점에 그쳤습니다. 3쿼터에도 8점을 몰아 넣었지만 팀전체 득점이 19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득점에서의 영양가가 떨어졌습니다.

앞선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하승진의 득점은 항상 팀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서 나왔습니다. 하승진의 파이팅 넘치는 골밑 플레이에 이어 추승균이나 강병현, 도슨의 득점이 따라 터지거나 혹은 이들의 득점 뒤에 하승진의 쇄기포가 자주 나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부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는 그러한 상승세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강동희 감독은 1차전에서 하승진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더블팀 수비를 들고 나왔습니다. 동부는 기본적으로 하승진의 수비를 벤슨에게 맡긴 상황에서 하승진에게 공이 투입되기도 전에 김주성이나 윤호영이 적극적으로 하승진에게 더블팀 수비를 가며 하승진에게 공이 투입되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비 방법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승진에게 공이 투입되기도 전에 두 명의 수비수가 한쪽으로 몰리다 보니 필연적으로 다른 한 선수는 수비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황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드리블과 패싱력이 좋은 전태풍을 보유하고 있고, 언제 어느 곳에서든 슛을 던질 수 있는 추승균, 강병현을 보유하고 잇는 KCC를 상대로 이러한 수비 전술은 도박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부는 기본적으로 하승진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정규시즌 KT가 KCC를 상대로 몇번 시도한 적이 있는 수비였습니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KT가 이러한 수비 전술을 조커 형태로 기습적으로 사용해 재미를 봤다면 동부는 더 오랜 시간, 정확히는 1,3쿼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재미를 봤다는 점 입니다. 동부가 KT에 비해 이러한 수비 전술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었던 데는 동부의 김주성과 윤호영이 기본적으로 발이 빠른 수비수라는 것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전이었습니다.

3점슈터 김주성! ⓒKBL

당연한 결과지만 KCC는 초반부터 수많은 3점슛 찬스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3쿼터였습니다. 전반을 31-29로 앞서나간 동부는 3쿼터 하승진에 적극적인 더움 수비를 들어갔고, KCC는 강병현, 전태풍, 임재현이 외곽에서 8개의 3점슛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중 림을 가른 공은 단 한개에 불과했죠.

단순히 이러한 수비가 도박적이었다고 볼수만은 없습니다. 외곽에서도 황진원과 박지현이 끊임없이 수비 로테이션을 돌아주며 KCC에게 쉬운 슛찬스를 주지 않았습니다.

동부는 KCC와의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40-37로 앞섰고,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10개밖에 나주지 않았습니다. 인천 전자랜드를 무너뜨린 하승진과 도슨의 무시무시한 공격 리바운드를 철저한 박스 아웃으로 저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수비 리바운드에 이어 하승진의 느린 백코트의 헛점을 정확히 간파한 빠른 속공전개는 동부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장면이었습니다.

1차전은 탐색전! 날카로운 창으로 약점을 찌르다!

환호하는 하승진 ⓒKBL

하지만 2차전은 달랐습니다. KCC다운 공격력이 살아나며 동부의 지친 수비수들을 농락하기 시작했습니다.


KCC는 2차전에서 하승진의 파트너로 도슨이 아닌 다니엘스를 내세웁니다. 다니엘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첫 선발 출전을 하게 되었는데요. 허재 감독의 기대대로 골밑에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부의 트리플 타워를 압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니엘스의 투입은 공수 모두에서 동부와의 매치업을 압도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공격에서는 하승진의 수비를 김주성이 되도록 강제하며 하승진으로의 더블팀 수비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었고, 수비시에도 다니엘스가 김주성의 매치업을 맡으며 쉽사리 골밑 돌파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동부는 2차전에도 3점슛이 문제였습니다. 1차전의 깜짝 스타가된 안재욱과 자신의 챔피언시리즈 통산 첫번째 3점슛을 성공시킨 김주성의 외곽슛은 2차전에 철저히 침묵했습니다. 마치 1차전의 KCC를 보는 듯한 동부의 공격 속에 KCC는 본연의 높이에 스피드가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동부산성에 균열을 일으키는데 성공합니다.

특히 2쿼터 초반 박지현이 하승진과의 충돌로 코트를 떠나면서 동부의 공격은 더욱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 KCC는 2쿼터 5분여까지 동부가 단 4점에 그치는 사이 10점을 몰아 넣으며 30-19로 앞섰고, 결국 전반을 43-26으로 크게 앞서며 마쳤습니다.

3쿼터 초반에도 동부의 강력한 압박수비에 다소 고전했지만 임재현과 강병현이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내고 골밑에선 다니엘스가 하승진의 공격 공백을 메우면서  60-40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습니다. 이날 동부는 KCC에 87점을 내줬습니다. 이는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동부가 가장 많은 실점을 한 경기였습니다. 정규리그에서 무려 70.1점이라는 가공할 수비력을 봄냈고,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LG와 KT같이 공격력이 강한 팀들을 상대로도 단 한번도 80점 이상을 허용한 적이 없는 동부였는데, 이날 KCC에게는 87점이나 내주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에는 16일에 이어 17일에 열린 연전의 후유증도 없지 않을 겁니다. 동부는 1차전에서 김주성이 40분을 뛰었고, 윤호영과 황진원이 37분 가량을 뛰었습니다. 가뜩이나 벤치가 약하고 수비에서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동부의 팀 컬러상 백투백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1쿼터를 간신히 버텨낸 동부는 2쿼터들어 KCC에 28점을 내주며 사실상 주도권을 내줬습니다. 2쿼터가 동부에게 더 치명적이었던 점은 KCC가 올린 28점 중 3점슛은 단 1개, 자유투는 단 5점이었습니다. 결국 2점슛으로 20점을 내줬다는 말이 됩니다. 포스트가 단단한 동부가 2점슛으로 한 쿼터에 20점이나, 즉 야투를 10개나 허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비가 허물어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차전 패배의 부진을 본연의 KCC다운 화끈한 공격력으로 풀어낸 KCC가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네요.

박지현-추승균, 부족한 2%를 메우면 우승이 보인다!

저도 4승 2패 정도 예상합니다만...ⓒKBL

이제 양팀은 원주에서 3,4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2차전에서 KCC의 기세가 올라오긴 했지만 동부 역시 원정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올 플레이오프에서 한번도 지지 않은 '불패의 땅' 원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3차전의 키워드는 각각 박지현과 추승균이 쥐고 있다고 예상됩니다.


박지현은 지난 2차전에서 하승진과 충돌후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실려나갔었습니다. 물론 이후 3쿼터부터 다시 코트로 돌아와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4강 플레이오프 MVP인 박지현이 이번 챔프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분명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수비에서는 전태풍과 임재현을 상대로 충분히 제 몫이상을 해주고 있지만 외곽포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부의 공격은 더욱 답답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KT와의 4강전에서도 박지현이 고비때마다 터진 3점포가 승리의 디딤돌이 되었고, 챔프전 1차전에서도 안재욱의 깜짝 외곽포가 더해지면서 동부는 경기를 부드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동부는 지난 1,2차전에서 KCC가 하승진이 코트에 서있을 때 자주 쓰는 지역수비에 비교적 잘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45도와 사이드 쪽에서 3점슛 찬스를 잘 만들어 내며 발이 느린 하승진으로 만드는 KCC 지역수비의 허점을 잘 노렸습니다. 그리고 슛 찬스에서 안재욱의 3점포가 터졌죠, 2차전에서도 동부는 초반부터 외곽에서 찬스를 많이 잡았는데 3점포가 철저하게 침묵하며 반격의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했습니다. KCC는 동부의 3점포가 터질때까지 지역수비를 고집했는데, 결국 동부의 외곽포는 터지지 않고, KCC는 속공의 기회를 수차례  잡으며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하게 되었죠.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 ⓒKBL

현재 보여주고 있는 KCC의 지역수비는 동부 입장에서는 패싱력이 좋은 김주성이 있기 때문에 45도와 탑에서 박지현의 슛 찬스를 많이 잡을 수 있는 수비입니다. 여기서 박지현이 3점슛을 한두개만 성공시켜 준다면 KCC의 지역수비는 허물어질 수 밖에 없고, 체력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윤호영이 버티고 있는 3번 포지션이 동부가 유일하게 매치업상에서 앞서는 포지션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박지현이 있는 1번 포지션 역시 동부가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전태풍이 리그 정상급의 공격력을 갖춘 가드이긴 하지만 박지현은 전태풍의 공격력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가드고, 여기에 공격력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KCC의 경우 부상으로 주춤한 추승균의 부활이 절실합니다. 추승균은 앞선 두 경기에서 각각 11분과 15분을 뛰는데 그쳤습니다. 득점도 각각 2점과 4점에 불과했지요. 추승균의 가장 큰 매력은 코트 어느 위치에서도 가장 확률 높게 득점을 해줄 수 있는 믿을맨이라는 점 입니다.

동부의 압박수비를 깰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병현과 추승균의 미들슛이 살아나는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추승균은 제대로 야투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2차전에서 3점슛 1개를 넣기는 했지만 이번 사흘간의 휴식동안 얼마나 몸 상태를 끌어올렸냐가 본인의 5번째 챔피언 반지를 끼는데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될 것입니다.

KCc에 가장 부러운 것은 바로...치어팀..^^; ⓒKBL

그리고 언제나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전주팬들의 열정!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