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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4강PO 리뷰①] '만족'농구를 '불만족'으로 만든 원주산성의 위대함!


4강 종결자 박지현! ⓒKBL


드디어 올 시즌 왕좌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의 주인공들이 모두 가려졌습니다.


역대 두번째 정규리그 3,4위간의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대진표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번 4강 플레이오프는 다시 한번 수 많은 이야기를 남긴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정규리그 1,2위를 차지했던 부산 KT와 인천 전자랜드는 나란히 단기전의 약점을 메우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오프라는 단기전의 압박감을 이겨낸 단골 손님들은 노련하게 시리즈를 잡아내며 챔프전 반지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로서 이번 챔프전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창을 가진 전주 KCC와 너무나 단단한 방패의 팀 원주 동부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과연 두 팀은 어떤 승부를 펼치게 될까요?

그 전에 이번 4강 플레이오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먼저 KT와 동부의 지난 4번의 경기부터 되돌아 보겠습니다.


'7.1%의 기적'을 만들어낸 너무나 막강했던 원주산성!

역시 김주성! ⓒKBL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으로 이어지는 동부의 원주산성은 그야말로 막강했습니다. 정규리그 최고의 창을 가진 팀들이었던 창원 LG와 부산 KT의 공격력도 동부 앞에서는 그 날카로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원주산성을 진두지휘한 김주성의 존재는 그야말로 그가 왜 KBL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지 그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 동부는 창원 LG를 상대로 포워드 인해전술을 들고 나와 짭짤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탁월한 공격력을 가진 문태영을 봉쇄하고 알렉산더가 버틴 포스트에서의 높이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강동희 감독의 승부수였는데, 이 전술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며 LG에 완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하지만 4강에서 만난 모비스를 상대로는 이러한 전술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스피드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며 오히려 모비스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경기 운영을 해야했습니다. 특히 표명일이 외롭게 지킨 가드 라인에서 헛점을 노출했습니다.

지난 해의 아픈 기억을 올해는 되풀이 하지 않았습니다. 동부는 오프 시즌 동안 황진원과 안재욱이 가드 라인에 가세하고 박지현이 LG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리며 동부는 내외곽에서 균형잡힌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전 5인방의 의존도가 높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하면 훨씬 균형잡힌 전력이 된거죠.

이러한 동부의 변화는 플레이오프에서 그것도 KT전에서 제대로 빛을 내게 됩니다. 너무나 동부스러운 경기력으로 KT를 압도한 것입니다. 원주 동부는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전력의 누수가 거의 없었습니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하며 체력적인 누수보다는 경기력 유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부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KT를 상대로 3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상대전적은 동률이었지만 1라운드에서는 김주성이 없었고, 6라운드는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쉬는 경기였죠. 정상전력으로 맞붙었을 때는 오히려 3승 1패로 앞섰다고 봐도 무방한 성적인거죠.

동부가 KT에 강할 수 있었던 것은 매치업상에서 동부가 KT에 밀릴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발빠른 윤호영과 김주성의 존재는 정규시즌 MVP를 받은 박상오를 고개 숙이게 했고, 가드진에서는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오히려 볼 홀딩력이 좋고, 외곽슛을 갖춘 빅맨 제스퍼 존슨의 수비에 다소 고전한 동부였는데 존슨이 아웃되고 나니 KT를 상대로는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겠죠.

비록 1차전은 조성민의 베이스라인 돌파에 수비가 다소 흔들리고 윤호영과 벤슨이 빠지며 경기를 내주긴 했지만 동부가 못했다기 보다는 KT가 잘한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동부는 두번 실수하지 않았습니다. 2차전부터는 KT의 발로 뛰는 농구를 그야말로 철저히 막아내며 3연승을 거두게 됩니다.

동부의 이번 시리즈에서의 승인은 단연 탁월한 수비력입니다. 조성민을 놓친 1차전을 제외하면 이후 3경기에서의 동부의 수비 로테이션은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박지현-김주성..ㄷㄷㄷ ⓒKBL

동부는 1차전에서 KT에 8개의 3점슛을 허용했는데, 이는 찰스 로드에 더블팀이 들어간 사이 외곽에서 수비 로테이션이 무너지며 슛찬스를 내주었습니다. 특히 후반들어 발빠른 윤호영의 부재는 그 구멍이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로드 벤슨마저 발목에 이상이 생겨 빠지게 되자 동부는 찰스 로드에 대한 수비에 더 신경을 쓸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KT는 그 약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2쿼터부터 쿼터마다 하나씩 터진 조동현의 3점포는 동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귀중한 득점이었습니다.


하지만 2차전부터 동부는 윤호영과 벤슨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투입되며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동부가 자랑하는 드랍존 수비의 기본은 김주성이 프리스로우 라인 근처에 위치하며 빠른 골밑 도움 수비로 공격자를 포위하는 전술입니다.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좋은 빅맨인 김주성-윤호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술이죠. 그런데 이번 KT와의 4강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변칙 수비로 KT의 발을 묶는데 성공합니다.

특히 3차전부터는 KT의 선수들이 슛찬스마저 제대로 잡기 힘들만큼 놀라운 수비 로테이션을 보여주며 그야말로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찰스 로드는 3차전에서 동부의 더블팀 수비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며 단 6점에 그쳤는데요. 이는 패싱력이 약한 로드에 공이 투입되었을때 패스가 전달될 수 있는 공간으로 찾아들어가는 다른 KT선수들에 대한 동부 선수들의 마크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날 공식 기록에 나타난 로드의 실책은 3개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은 그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제스퍼 존슨의 시즌아웃 이후 KT의 제 1공격 옵션이자 알고도 막기 힘들다던 조성민과 로드의 2대2 플레이가 실종된 것은 동부의 빠른 수비 대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4차전의 히어로 진경석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으면 안되겠죠. 3차전에서 5점 4차전에서 8점. 그야말로 팀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진경석의 13점은 KT를 나락으로 밀어넣은 쐐기 득점이었습니다. 단기전에서는 기존의 스타팅 멤버 외에도 한두명씩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동부는 그 역할을 진경석이 해줬습니다. 따라잡거나 도망가야하는 순간마다 자신있게 슛을 던지던 진경석의 모습은 3,4차전 너무나 소극적인 슈팅으로 일관하던 KT선수들과 지나치게 비교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력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동부에 완패한 KT였습니다.

2년 연속 4강 PO 탈락, '만족'농구...순식간에 '불만족' 농구가 되다!

에이스의 숙명...ⓒKBL

창단 후 첫 정규리그 1위, 정규리그 최다승, 전창진 매직 등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화려한 한 시즌을 보낸 부산 KT. 하지만 정규시즌을 빛나게 했던 KT의 화려한 토털농구는 4강 플레이오프 3,4차전의 경기를 계기로 완전히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마무리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 KT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힘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량이 많은 농구였습니다. 쉴세없는 수비 로테이션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공격에서도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선수가 끊임없이 로테이션을 반복하며 빈공간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빈공간에서는 자신있게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4강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 3쿼터까지는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4강 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에서의 KT는 불과 보름전에 정규시즌에서 봤던 그 KT가 오늘의 KT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참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KT가 정규시즌 우승 후 내보낸 TV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죠. '스타플레이어 없는 팀'. 맞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해결사가 없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가 슛 던지기를 두려워 했습니다.

바로 조성민과 박상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성민은 1차전에서 보여주었던 조성민다움이 사라졌습니다. 패스가 돌고 돌아 슛 타이밍에 왔을 때 조성민은 던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패스, 그리고 24초에 쫓겨 급하게 던지는 슛은 당연히 실패. 그리고 역습허용.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물론 동부의 수비 로테이션이 정말 완벽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은 던져줘야 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그 타이밍에서 주저함으로서 전체적인 공격의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박상오에게 공이 들어가면 더욱 심해졌습니다. 1차전부터 무득점으로 부진했던 박상오가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은 2008-2009시즌의 박상오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쓸떼없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공격에서 자꾸 타이밍을 놓치고 수비에서도 쓸떼없는 파울과 어이없는 실책을 쏟아내는 모습은 경기를 보는 내내 고개를 흔들게 만들었습니다. 역대 정규리그 MVP라는 타이틀이 가장 부끄러운 선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영원히 기억될 벤치 워머... ⓒKBL

4강 플레이오프에서 KT의 선수 운용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4억짜리 가드 표명일에 대한 전창진 감독의 무한신뢰였습니다. 지난 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를 만난 전창진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신기성을 기용했습니다. 물론 지난 해의 경우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기는 했죠. 결과적으로 가드진의 붕괴는 전태풍과 임재현을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들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정규리그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박성운과 양우섭을 벤치에 앉혀둔 채 표명일을 고집했습니다. 찰스 로드를 살리기 위해서 였을까요? 아니면 노장의 경험을 신뢰했기 때문일까요?

4경기를 보는 내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KT의 턴오버와 수비 실수에 따른 외곽에서의 노마크 찬스 허용은 모두 표명일로 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박지현에 대한 수비는...말도 하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불과 보름전 KT와 전자랜드의 정규시즌 6차전 리뷰를 쓰면서 표명일의 경기력에 대해 쓴소리를 남긴 바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표명일은 더 이상 과거 동부에서 김주성의 후광을 업으며 뛰던 표코비가 아닙니다. 왠만하면 선수비판은 잘 안하고 싶은데도 지금의 표명일의 모습을 보면 정말 '4억짜리 백업가드'라는 단어외에는 할말이 없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동부를 상대로 발빠른 가드진을 기용해 스피드롤 상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듭니다.

사족으로 한마디만 더 남기자면 4차전에서의 전창진 감독의 모습은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경기가 안풀리고 크게 리드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벤치가 먼저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다니요. 정규시즌 중의 한경기도 아니고 그야말로 한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인데, 경기를 포기해 버리는 전창진 감독의 모습은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4차전에 KT를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원주까지 5시간가까이 달려간 원정단관팬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팬들 앞에서 보여준 올 시즌 마지막 모습이 그런 모습이었다는 것에 가장 화가나는 부분입니다.

4쿼터에도 방송 너머로 들려오던 KT팬들의 마지막 응원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졌던 순간이었습니다.

Shot of the series : 로드 벤슨의 생애 최고의 한 골!

시리즈의 향방을 가른 한 방! ⓒKBL

이번 KT와 동부의 4강 플레이오프 최고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3차전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로드 벤슨의 역전 결승골이 아닌가 합니다.


수비 농구의 진수를 보여준 KT와 동부의 이번 시리즈에서도 3차전은 역대 플레이오프 양팀 합산 최저득점(115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수비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KT와 동부 모두 야투 성공률이 40%도 되지 않을만큼 빡빡한 경기였지만 보는 사람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수비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의 진수였습니다. 양팀 모두 발에 불이 나도록 수비 로테이션을 챙겼고, 40분을 통틀어 노마크 찬스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수비였습니다.

3쿼터가 끝나는 시점에서 양 팀의 득점은 나란히 36-36이었습니다. 보통은 전반이 끝나는 시점에서 나와야 할 점수인데...아무튼 정말 빡빡한 경기였습니다.

승부가 갈린 4쿼터 초반에는 KT가 조성민과 박상오를 앞세워 조금 앞섰지만 곧이어 황진원의 3점슛에 이어 벤슨이 표명일의 턴오버로 얻은 속공 찬스에서 송영진의 파울까지 얻어내는 3점 플레이로 동부가 44-43으로 리드를 잡게 됩니다. 이어 다시 한번 송영진이 턴오버를 범하자 벤슨이 이를 덩크로 연결시키며 48-45로 앞섭니다.

그리고 이어 흥분한 찰스 로드가 날뛰다가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나고 곧장 진경석이 혼자 5점을 몰아치며 동부가 56-51로 리드를 잡으며 승기를 잡는가 했습니다.

하지만 KT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KT는 조성민의 2점슛에 이어 동부 박지현의 실책을 조성민과 제임스 피터스가 호흡을 맞추며 1점차로 추격하는데 성공했고, 동부가 작전타임에 이은 첫 번째 공격에서 김주성이 어이없는 턴오버를 저지르며 찬스를 잡게 됩니다.

이때 남은 시간은 35초였습니다. KT는 경기 종료 13.7초를 남기고 제임스 피터스가 어렵사리 골밑 득점에 성공하며 56-57로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합니다. 딱 한번의 수비만 성공하면 되는 상황.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온 동부는 골밑에서 피터스와 자리싸움을 하던 로드 벤슨에게 공을 건네고, 벤슨은 2번 정도 드리블을 친 뒤 자신있게 골대를 향해 솓구칩니다. 그리고 벤슨의 손 끝을 떠난 공은 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스코어는 58-57로 동부의 리드 그리고 남은 시간은 2.3초였습니다.

KT는 마지막 작전시간을 가진 후 조성민과 박상오가 미끼가 되면서 골밑에 있던 제임스 피터스에게 마지막 공격권을 넘겨 주었지만 피터스가 영리하게 던진 슛이 림을 벗어나며 가장 중요했던 3차전을 내주게 됩니다.

3차전에서 벤슨은 양 팀 최다인 22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5개의 덩크슛을 작렬시키고 8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4쿼터에 혼자 10점을 넣은 것을 비롯해 찰스 로드의 공격자 파울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KT로서는 벤슨의 마지막 공격에서 피터스가 파울로 저지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벤슨의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는 바로 자유투입니다. 정규시즌에서도 자유투 성공률은 60.9%에 그쳤고, 이날도 6개를 시도해 단 2개만을 성공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미 KT는 팀파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골밑 근처까지 밀려들어간 상황에서 빨리 파울로 끊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만약 벤슨이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한다 해도 1초라도 더 공격 시간을 벌 수 있었고, 1개라도 놓쳐 준다면 역전의 찬스 혹은 연장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약 2개다 놓쳤다면 이번 시리즈의 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어쨋든 그 한골로 인해 역전되어 버린 팀 분위기는 고스란히 4차전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동부가 3시즌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Man of the Series : 박지현, 숨은 조연에서 빛나는 주연으로!

4강 플레이오프 최고의 수훈갑은 단연 박지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현은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14.3점 5.5어시스트 2.3리바운드 3점슛 2.5개를 성공시키며 KT의 가드진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빠른 발을 앞세워 KT의 외곽포를 무력시키는 한편 공격에서는 KT가 김주성과 벤슨에게 더블팀이 들어가면서 생긴 공간을 영리하게 찾아다니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포를 쏘아올렸습니다.

물론 4강 플레이오프에서 박지현의 3점슛 성공률은 33.3%(정규리그 33.9%)로 정규리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동부가 도망가거나 추격해야하는 찬스때마다 3점포가 터졌습니다. 그야말로 순도 100%짜리 득점포였습니다.


외곽슛 뿐만 아니라 상대가 잠시라도 방심한다 싶으면 적극적인 개인돌파로 KT의 수비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2차전에서 동부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던데에도 박지현의 역할이 컸습니다. 2차전에서 박지현은 12점 5어시스트 2스틸 3점슛 2개를 기록했는데요. 4쿼터 후반 로드 벤슨의 5반칙과 KT 송영진에게 자유투를 내주며 68-64로 쫓긴 상황에서 영리하게 빈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황진원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3점포를 꽃아 넣었고(68-64 -> 71-64), 이어 다시 피터스에게 득점을 내줘 71-66으로 쫓기자 이번엔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윤호영에게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73-66의 쐐기 득점을 만들게 해줍니다. 이 경기에서 동부는 1쿼터의 열세를 뒤집고 75-70으로 역전승, 이후 3연승의 발판을 놓게 됩니다.

특히 챔프전 진출을 결정지은 이번 4차전에서는 그야말로 박지현의 손 끝에서 시작해 박지현의 손 끝에서 끝나는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경기 시작이후 표명일의 수비를 피해 1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며 혼자 14득점 3어시스트로 초반부터 확실히 KT의 기를 제압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2쿼터에도 스틸에 이어 벤슨에게 완벽한 속공 찬스를 열어주는 패스는 말그대로 그림같은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3쿼터에도 KT의 수비를 완전히 농락하는 움직임으로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어 동부는 진경석이 자유투와 3점슛으로 혼자 6득점하고, 이어 황진원의 3점슛이 터지며 3쿼터 중반 64-40 무려 24점차로 앞서 나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박지현은 3쿼터 종료 2분 30여초를 남기고 또 다시 3점포를 작렬시키며 69-43을 만들며 사실상의 쇄기포를 터트리게 됩니다.

이번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김주성의 위력도 엄청났지만 백코트에서 안정감있게 경기를 지배해 준 박지현의 역할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말그대로 발군이었습니다. 지난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주춤했던 박지현의 외곽포는 이번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정상 궤도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챔프전에서는 KCC의 전태풍과 임재현을 상대하게 됩니다. 지난 2002-2003시즌 오리온스 소속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던 박지현은 당시 현재 소속팀인 동부의 전신인 원주 TG에 2승 4패로 패하며 눈 앞에서 반지를 놓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생애 두번째 챔피언 결정전 진출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박지현이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까요?

챔프전에서 다시 만납시다!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