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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10-11 결산②] 프로농구, '비디오 판독' 도입을 고민할 때!


KCC의 우승으로 끝난 프로농구, 하지만 큰 숙제를 안았다.

지난 달 26일 남자 프로농구는 전주  KCC의 통산 5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는 시나리오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선수에서 감독으로 통산 2번재 우승을 차지한 허재 감독과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하승진, 그리고 5번째 챔피언 반지를 손에 낀 추승균 등 마지막 승자가 된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기쁨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KBL의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농구 관련 게시판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야말로 팬들의 불만어린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바로 심판의 판정에 대한 성토의 글들 때문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KBL 홈페이지.. ⓒKBL


기본적으로 농구는 신체접촉이 상당히 많은 종목입니다. 농구가 처음 생겨났을 때는 신체접촉 자체가 금지되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의 농구는 다릅니다. 치열한 몸싸움을 통해 내가 득점하기 좋은 혹은 공을 잡기 좋은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 기본이 된 스포츠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무리한 신체접촉과 과도한 몸싸움을 사전에 방지하고 또한 그러한 행동을 가한 선수에게 적절한 벌칙을 부과함으로서 경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심판의 첫번째 임무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KBL은 심판에 대한 불신의 골이 날이갈 수록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아지고, 각 팀들이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수비를 중시하는 전술을 사용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신체 접촉은 더욱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방송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안방에서 농구를 시청하는 농구팬들은 더욱 선명한 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장면 ⓒKBL

또한 KBL의 심판들은 경기 내내 노골적으로 심판들에게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농구를 중계하는 방송의 해설자는 "감독이 강한 어필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보상판정'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게도 합니다.


농구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어떤 이는 외국인 선수의 등장으로 농구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곳에서는 최근의 수비 지향적인 전술로 인해 저득점 현상이 프로농구 인기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팬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 판정으로 승부가 갈리는 일들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없이 '판정은 심판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 KBL의 무능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팬들의 심판에 대한 불만 중에는 어느 정도 '내가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착'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코트 위에 3명의 심판이 있는데, 내가 응원하는 팀이 '불리한 판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농구 지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응원하는 팀에게 휘슬이 불리한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라는 생각은 안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2010-2011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정규시즌에도 여러 차례 오심 논란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오심은 뭐니뭐니해도 1월 25일 열린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 나온 '신의 발' 사건이였습니다.

'신의 발' 사건, 비디오 판독 도입의 절실함

이날 LG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모비스에 78-76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승리를 목전에 둔 순간 모비스 송창용이 3점라인 근처에서 공을 들고 뛰어 올랐고, 송창용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LG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완벽한 버져비터였습니다. 하지만 3점짜리가 아닌 2점짜리 버져비터 였음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죠.

'신의 발' 방송 중계화면


해당 경기를 중계했던 방송사는 송창용이 마지막 슛을 시도하는 장면을 포착했고, 송창용의 발이 3점 라인을 밟고 있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의 심판들은 그대로 송창용의 3점슛을 인정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LG는 연장전에서 승리를 노릴 기회를 잃어버렸고, 모비스 역시 찜찜한 1승을 가져갔습니다.

LG는 앞서 11월 KT와의 경기에서도 제스퍼 존슨에게 버져비터를 맞고 무너졌습니다. 당시에는 정당한 버져비터 였지만 심판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정당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었다면 창원 팬들이 흥분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 '신의 발' 사건으로 돌아와서, KBL은 경기가 끝난 후 재정위원회를 열고 LG와 모비스의 경기에 나섰던 3명의 심판에게 다음과 같은 징계를 내렸습니다.

KBL의 재정위원회 결과... ⓒKBL


장준혁 (주심) 출장정지 2주, 제재금 20만원
김경민 (부심) 출장정지 3주, 제재금 20만원
이승무 (부심) 출장정지 3주, 제재금 20만원

말그대로 솜방망이 처벌이었습니다. 당시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기간이었기 때문에 실제 이들 심판의 징계 기간은 1~2주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당시 KBL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놓은 자료에는 분명히 "4쿼터 종료와 동시에 발생한 모비스 송창용 선수의 3점슛 인정 오심에 대하며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라고 적시했습니다. 오심이라고 KBL도 인정한 부분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자인 LG와 모비스에 대한 재경기 라든지 기타 다른 조치는 아무것도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1승이 정규리그 순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걸까요?

이제는 야인이 된 강을준 감독의 명언인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니'가 누구인지 다시금 되세겨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강을준 감독... ⓒKBL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BL은 지난 2006-2007시즌 플레이오프 부터 한정적인 요소에 대해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습니다.

매 쿼터의 마지막 순간에 득점 상황에 대한 판독이 필요할 경우와 라인 크로스와 같이 공의 소유권에 대한 판정이 필요할 경우 그리고 2점과 3점의 구분이 불확실할 경우 실시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2006-2007시즌 챔피언 결정전 5차전 부산 KTF(현 부산 KT의 전신)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는 4쿼터 직전 크리스 윌리엄스와 필립 리치가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볼이 터치아웃되자 그 공의 소유권을 판단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이 실시되엇습니다. 그리고 그 판정은 그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당시 이 판정은 7차전까지 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KBL의 비디오 판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비디오 판정의 요청을 각 팀의 감독들에게 비디오 판독에 대한 요청권이 없다는 점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감독이나 선수가 억울한 경우를 당했고, 중계방송을 통해 심판의 판정이 옳지 않은 것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어느 한 심판이 3심 합의 과정에서 "내가 봤다"라고 주장할 경우 비디오 판독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것 입니다.

이러한 심판의 3심 합의에 의한 비디오 판정 결정은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하겠다고 인정할 경우 '내가 그 상황을 못봤소'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심판들로서는 그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결정일테니까요.

적극적인 비디오 판독, WKBL은 어떻게?

WKBL의 경우 비디오 판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WKBL은 종료 2분 이내의 순간에는 2,3점 슛 성공 여부나 공의 소유권을 가리는 판정은 물론 신체 접촉에 의한 파울 판정까지 광범위하게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몰론 이러한 WKBL의 비디오 판독 시도에 대해 '경기 흐름이 끊어진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규정상의 미비점은 비디오 판정 요청 횟수의 조절 등의 장치를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함으로서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 일 겁니다. 

WKBL 역시 비디오 판독의 도입에 있어서 부담감이 있었을 겁니다. 만약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는데 심판의 판정이 틀린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면 정말로 심판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감독들의 심판의 판정에 대한 항의는 더욱 많아질 것이고, 팬들의 시선도 더욱 싸늘해 지겠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심판의 판정이 틀린 경우보다는 옳은 경우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WKBL TV 홈페이지


WKBL이 비디오 판독을 자신있게 시행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WKBL TV라는 자체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선결과제는 바로 그 경기를 촬영하고 기록하는 방송의 존재가 필수적이죠. WKBL은 몇년 동안의 준비 끝에 WKBL TV라는 자체 방송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100% 자체 방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0-2011시즌에도 SBS ESPN이 WKBL중계를 도맡아 했지만 리그 후반부 들어 중계가 없어지는 경기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WKBL이 꾸준히 비디오 판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WKBL TV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KBL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KBL도 인터넷 중계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MBC Sports+와 SBS ESPN의 스포츠 케이블 방송은 물론 공중파와 OBS, 지역방송 등을 통해 프로농구를 중계했고, 그 빈자리에는 인터넷 중계로 대체하면서 빠짐없이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하지만 WKBL TV와 같이 자체적인 방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KBL로서는 갑작스런 중계취소가 발생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올해도 리그의 앞뒤로 야구에 치이면서 방송사에 고무줄 경기 시간표를 가져다 주며 구걸에 나서야 했던 KBL이기에 괜히 비디오 판독의 전면 시행이라고 큰 소리쳤다가 중계가 없는 경기가 발생할 경우 그 비난을 고스란히 써야 할수도 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형색이라고 보입니다.

'흐름 끊어져? 지루해져?' 그래도 필요한 비디오 판독!

과거 기사에 보니 KBL의 한 직원이 비디오 판독을 도입할 경우 경기 흐름을 끊고, 경기 지연으로 흥미가 반감된다라는 식으로 인터뷰를 한 것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귀찮으니 안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를까요?

김주성도 피해자... ⓒKBL

경기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오심은 말그대로 오심으로 남아야지 오심으로 인해 승부가 뒤바뀌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는 바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경기 지연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시점을 쿼터 종료 전이 아닌 경기 종료 직전 2분안팎으로 제한할 수도 있고, 또한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 자체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경우 작전 타임을 1회 소진하는 방법으로 유도한다면 작전타임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빠르게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을수 있습니다.

또한 비디오 판독을 하게 된다면 경기 감독관이나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감독에게 판독 결과를 알려주어야 겠죠? 하지만 경기 시간이 늘어날 것이 걱정이라면 그 과정자체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비디오 판독 후 우선 심판의 판정으로 인해 경기를 진행시키고, 경기가 끝난 후에 감독에게 서면으로 판정에 대한 결과를 통보하거나 경기 후 인터뷰에 앞서 심판장이나 심판이 직접 그 상황을 감독과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비디오 판독의 도입에 앞서 기본적으로 심판의 자질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죠.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심판들에게는 적어도 충분한 자극제가 될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대놓고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나의 판정에 대한 태클이 들어오는데 어느 심판이든지 더 집중하게 될 것이고, 판정은 더 엄격해 질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아까는 안불고 이 지금은 불어'라는 식의 편견이 들지는 않도록 하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여지게만 해줘도 비디오 판독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선서만 하지 마시고... ⓒKBL


가끔 감독들의 심판에 대한 지나친 항의도 꼴보기 싫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의 도입으로 그런 항의없이 깔끔하게 비디오 판독하자고 하면되고, 심판들이 더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 봄으로서 더 이상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게 되면 감독들의 항의는 자연스레 잦아들겠죠. 

기왕 비디오 판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하나만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축구의 경우 심판을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옐로우 카드,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구의 경우 그런 규정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선수들의 적극적인 목꺾기 사용은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된 사항입니다. 이러한 헐리우드 액션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행위야 말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서라도 반드시 잡아내야 하는 비신사적인 행위가 아닐까요?

똑바로 좀 봅시다!!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