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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창원 LG의 극단적인 '헤인즈' 선택은 자충수?

AC~! ⓒKBL


창단 후 첫 우승을 위해 김진 감독과 서장훈을 영입하며 새 출발에 나선 창원 LG. 하지만 리그 초반 행보는 그다지 순조롭지 않아 보입니다.

LG는 11월 3일 현재 3승 6패로 하위권에 처져 있습니다. 3일 경기에서는 신인 김선형에게 무려 19점을 내주며 69-75로 패했습니다. 리그 개막 후 2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열린 7경기에서는 1승 6패, 최근 4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로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오프 시즌 동안 새로운 사령탑으로 우승 경험을 가진 김진 감독을 모셔왔고, 지난 2시즌동안 리그 득점왕 경쟁을 펼쳤던 문태영이 건재한 가운데 국보 서장훈과 KBL에서 우승 경험을 갖춘 올루미데 오예데지까지 영입하며 막강한 포스트를 구축한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성적입니다.

소문난 잔치(LG)에 먹을 것(승리) 없다...

LG는 지난 달 29일 동부와의 홈경기에서 무려 12개의 3점슛을 허용하며 69-91로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당초 김주성-윤호영-벤슨의 동부 산성과 서장훈-문태영-오예데지가 이끄는 LG의 포스트가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기좋게 빗나가고 LG의 참패로 끝이 났습니다.

에휴... ⓒKBL

동부의 빠른 로테이션 수비에 제대로된 공격 찬스조차 얻지 못했고, 문태영과 서장훈은 골대 근처에서 허공에 공을 날려 버렸습니다.

이날 두 선수는 LG가 시도한 67번의 슛 중에 49.2%인 35번(2점슛 30번, 3점슛 5번)의 슈팅을 쏘아댔지만 야투 성공률은 34.3%에 그쳤습니다. 경기 후 두 선수의 기록은 29점 13리바운드를 합작하는데 그쳤습니다.

따지고 보면 문태영과 서장훈을 보유한 LG의 팀 평균 득점이 73.2점으로 리그 최하위라면 그 자체로 코미디죠.

그야말로 LG가 가진 현재의 문제점들이 모조리 터져나온 1라운드 였습니다.

시즌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LG는 오예데지가 공격에서는 기여를 해줄 거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았을 겁니다. 공격력이 좋은 문태영과 서장훈이 있기 때문에 오예데지가 수비와 리바운드만 착실히 해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왠걸요.

서장훈과 문태영은 서로의 장점을 깎아 먹고 있고, 오예데지의 수비력도 과거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리바운드는 많이 잡아주고 있지만(평균 리바운드 15.0개, 리그 1위) 막상 대인 마크에서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예데지는 지난 달 20일 인삼공사 로드니 화이트에게 38점을 헌납했고, 23일 오리온스 윌리엄스에게 30점, 27일 KCC 드숀 심스에게 33점, 3일 SK 라모스에게도 23점을 내줬습니다. 1라운드까지 만난 상대팀 외국인 선수에게 경기당 평균 22.7점을 내주고 있는 것 입니다.

반대로 오예데지 자신은 단 한번도 20점을 넘긴 경기가 없었고,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38분동안 단 2득점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 한자리수 득점만 벌써 3번째. 오예데지가 9경기에서 10.8점을 넣는데 그치고 있으니 외국인 선수간의 매치업에서 득실차가 무려 12점에 달하는 거죠.

애런 헤인즈 영입, 반전의 계기? 자충수?

3일 한 스포츠 매체는 LG가 오예데지를 퇴출하고 지난 시즌까지 KBL에서 3시즌을 뛴 에런 헤인즈를 영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뛰며 득점왕에 올랐던 헤인즈는 빠른 스피드와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당초 처음 KBL에 발을 들였던 08-09시즌에는 왜소한 체격으로 수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의외로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있고, 다소 부족한 수비력을 메꿀 수 있는 빼어난 공격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애런 헤인즈 KBL 평균 기록>
08-09시즌 서울 삼성 38경기 평균 25분23초, 15.1점, FG 56.5%, FT 80.6%, 6.1R, 1.3A
09-10시즌 울산 모비스 50경기 평균 14분47초, 12.6점, FG 59.1%, FT 77.6%, 4.8R, 1.4A
10-11시즌 서울 삼성 53경기 평균 28분58초, 23.1점, FG 59.8%, FT 84.7%, 8.5R, 2.9A

I'M BACK~! ⓒKBL

평소 삼성과 LG는 전자업계 라이벌이라 불렸는데, 헤인즈는 이들 라이벌 팀의 유니폼을 모두 입게 되네요.

헤인즈의 가세로 LG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느려진 스피드쪽에서는 보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현중이라는 속공에 장기를 가지고 있는 가드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지금 헤인즈의 영입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헤인즈는 수비에도 좋은 역량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체격이 작은 선수이기 때문에 수비에서 체력적으로 소비가 많다면 분명히 공격에서도 데미지가 오는 타입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 후반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고요. 3시즌동안 평균 출전 시간이 채 30분이 되지 않습니다.

올해는 외국인 선수가 팀당 1명 보유입니다. LG는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이제 9경기를 치뤘을 뿐이고, 앞으로 치뤄야 할 경기가 40경기가 넘게 남았는데 최근까지 외국 리그에서 뛰다온 헤인즈가 과연 그 일정을 버틸 수 있느냐 입니다.

그리고 오예데지가 빠져나간 수비 공백은 꽤 큽니다. 분명 공격력은 약하지만 리바운드 하나만큼은 리그 최정상의 오예데지 였으니까요.

오예데지의 리바운드를 믿고 빠른 속공 전개와 문태영과 서장훈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겠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리바운더를 빼고 문태영, 서장훈과 비슷한 슈팅 레인지를 가진 헤인즈를 영입하는 것은 지금의 LG의 골밑 교통 정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부분은 문태영이나 서장훈 모두 공을 주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헤인즈는 개인 돌파에 이어 팀 동료를 찾아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가 있다는 부분입니다. 물론 LG의 외곽이 그다지 믿음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요.

<창원 LG 올 시즌 3점슛 기록>
평균 시도 14.0개(리그 10위, 리그 1위 KT 20.3개)
평균 성공 4.2개 (리그 9위, 리그 1위 KT 7.4개)
평균 성공률 30.2% (리그 6위, 리그 1위 전자랜드 38.6%)

<창원 LG 선수별 3점슛 기록> (3점슛 시도 횟수 순서)
박형철 시도 37/성공 10, 성공률 27.0%
서장훈 시도 22/성공 6, 성공률 27.3%
오용준 시도 19/성공 5, 성공률 26.3%
김현중 시도 14/성공 7, 성공률 50.0%
전형수 시도 12/성공 2, 성곡률 16.7%
정창영 시도 8/성공 4, 성곡률 50.0%
문태영 시도 8/성공 2, 성공률 25.0%

 

기록에서 나타 나듯이 올 시즌 창원 LG의 외곽은 시쳇말로 '시망' 수준입니다.

쩝... ⓒKBL

물론 지난 몇년간 LG의 3점슛 성공률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10-11시즌 34.6%, 리그 9위)

하지만 올해는 3점슛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악몽입니다. 공격에서 유기적인 볼 흐름 다음에 찾아오는 시원한 3점슛이 아니라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던지는 터프한 상황에서의 슛이 많다보니 적중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내 믿고 맡길만한 전문 슈터가 없는 것도 승부처에서는 큰 약점입니다. 떠나간 조상현의 공백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지금 LG의 현실입니다.

헤인즈의 가세로 또 하나 기대해 볼 부분은 헤인즈를 활용한 빠른 속공입니다.

고의적인 반칙에 대한 판정이 강화된 올 시즌 KBL의 전체적인 속공 숫자는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팀속공 1위인 서울 SK는 무려 경기당 4.6개의 속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LG의 경기당 속공 숫자는 겨우 2.22개(10위)로 지난 시즌의 2.17개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당 31.4개의 리바운드(3위)를 잡아내고, 스틸도 경기당 6.4개(8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비 성공이 빠른 역습으로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핵심 선수인 서장훈-문태영-오예데지가 모두 느리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속공으로 전개되는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고 도리어 속공 중에 상대에게 공을 뺏겨 역으로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하지만 헤인즈는 기동력을 살린 빠른 속공에도 강점을 보이는 선수입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스텝으로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모션이 좋죠. 올해처럼 속공 상황에서의 판정이 강화된 시즌에서는 헤인즈의 이러한 장점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물론 속공을 잘했던 과거의 김현중의 모습이 같이 살아난다는 전제하에서 그렇겠지만요.

구슬이 서말(서장훈-문태영-헤인즈)이라도 꿰어져야...

지난 시즌 서장훈은 전자랜드에서 문태종과 함께 뛰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슈팅 레인지가 길었던 문태종은 영리하게 서장훈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할 줄 알았습니다. 서장훈에게 공이 가면 재빨리 반대편 포스트로 가서 수비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가장 뛰어난 수비수를 문태종에게 붙여도 서장훈에게 공이 투입됐을 때 더블팀이 가지 못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만큼 문태종에게는 확실한 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나리오죠. 

적에서 동지로의 재회 ⓒKBL

하지만 지금 서장훈의 파트너인 문태영은 문태종만큼의 폭발적인 외곽슛 능력은 없습니다. 물론 문태영도 3점슛은 던집니다. 성공률만 놓고 본다면 3시즌 평균 55.4%로 우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문태영이 2점보다는 3점슛을 더 많이 던지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최근 경기들을 보면 서장훈이 공을 잡으면 문태영이 문태영이 공을 잡으면 서장훈이 그저 반대쪽 사이드에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습니다.

물론 활동량이 좋은 헤인즈가 영입되면 빠른 컷인에 이은 골밑 찬스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이들 손에서 얼마나 빠른 패스가 나와 줄까요. 나쁜 쪽으로 생각해 보자면 LG를 상대하는 팀들은 차라리 외곽을 버리고 골밑 수비에만 집중해도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KT가 동부를 잡았던 당시의 경기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LG를 상대하는 방법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김현중에게 30점을 내주더라도 골밑의 문태영과 서장훈을 10점대로 묶을 수 있다면 과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과감히 김현중에게 30점을 내주겠습니다. 그래도 지금 LG의 느림보 수비는 충분히 공략이 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되는 LG입니다.

헤인즈 또한 블랙홀의 성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자칫 일대일만 고집하는 동네농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KBL 우승팀들을 돌이켜 보면 뛰어난 개개인의 선수도 있었지만 끈끈한 조직력 없이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서울 SK가 그랬고, 올해 LG가 그렇습니다. 다른 종목이지만 이웃사촌인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그랬습니다. 창원 LG가 앞서 언급한 팀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