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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복귀임박 함지훈, 모비스의 기적 이룰까?

'그'가 돌아온다! ⓒKBL


지난 해 10월 개막한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가 어느덧 4라운드를 마치는 시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전체 일정의 2/3가량을 소화한 것이죠.

곧 있을 올스타전과 신인 드래프트 기간의 일주일간의 공백기를 생각한다면 실제 경기가 펼쳐지는 기간은 이제 50일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10개팀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죠.


엄청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리그 초반부터 굳건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원주 동부를 시작으로 리빌딩을 완성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KGC인삼공사 그리고 변함없는 강호 부산 KT와 전주 KCC가 6할이 넘는 승률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6강 티켓을 획득하기 위한 중위권 팀들의 순위변화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1월 8일 현재 순위표


특별한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상위권에 포진한 동부부터 KCC까지는 순위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부와 KGC인삼공사의 경우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암초만 만나지 않는다면 지금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KT와 KCC도 주전과 벤치의 전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약점이 분명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반기로 접어든 이 시점에서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은 국내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후반기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상무에서 전역하는 예비역 선수들의 가세일 것 입니다.

특히 올해는 대형 신인들이 대거 가세하며 리그 판도가 크게 흔들린 거 처럼 굵직한 이름값을 가진 예비역 선수들이 대거 제대를 준비하고 있어 이들의 복귀가 후반기 리그 판도를 크게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 오는 2월 3일 KBL 코트 복귀를 앞두고 있는 예비역 선수들의 명단을 보시겠습니다.

- 가드 : 이현민 (전자랜드), 이광재 (동부), 정의한 (KCC), 정재홍 (오리온스)
- 포워드 : 정휘량 (인삼공사), 천대현 (모비스), 김우겸 (SK), 김영환 (KT), 송수인 (전자랜드)
- 센터 : 함지훈 (모비스)

딱 이 멤버에 외국인 선수 한명만 끼운다면 당장 올 시즌 리그 상위권도 가능해 보이는 라인업입니다. 이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는 누가뭐래도 모비스의 함지훈과 천대현일 겁니다.

"충성!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군대를 다녀 오신 남자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겁니다.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아왔는지, 저는 아직도 전역 신고를 하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함지훈과 천대현 본인들 못지 않게 이들 두 사람이 저 말을 하는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바로 함지훈의 소속팀인 모비스와 그 수장인 유재학 감독일 겁니다.

지난 2009-2010시즌 모비스에 통합 우승을 안긴 뒤 상무에 입대한 함지훈과 천대현을 위해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이미 올 시즌 시작단계부터 두 선수를 위한 엔트리를 비워놓고 있을 정도로 이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때마다 함지훈과 천대현이 복귀하는 5라운드 후반까지 6강 싸움을 하고 있다면 플레이오프 진출과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로 이들이 모비스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큽니다.

'동근아, 곧 지훈이 온댄다' ⓒKBL

지난 2010-2011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의 '감독 농구'로 쉽게 지지않는 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발에 불이나도록 쉴세없이 코트를 누비게 만드는 숨막히는 수비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전술적인 운용 능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물론 지나친 작전 농구로 인해 비난을 받는 면도 있지만 지난 몇년간 모비스가 대형 선수가 없이도 탁월한 선수 육성과 경기 운영으로 리그를 지배해온 강팀으로 인식된 데에는 유재학 감독의 이름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역시 4라운드 종료까지 1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모비스의 성적은 16승 19패 정확히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바로 밑에 순위권인 LG, SK와의 승차는 2.5경기차 입니다. 5라운드의 승부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모비스의 경기력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리그 초반 양동근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에도 신인 듀오 김동량과 이지원의 분전속에 말콤 토마스가 나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고추가루 부대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모비스였습니다. 물론 승보다는 패가 조금 더 많았고 순위도 6~8위를 오르락 내리락했고, 이긴 경기와 진 경기의 경기력에 기복이 너무나 극심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 상황상 이는 유재학 감독이 컨트롤하기도 쉽지 않았던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였습니다.

모비스는 3라운드를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17경기에서 20.8점 10.6리바운드 3.1어시스트 2.8블락슛을 기록했던 말콤 토마스를 떠나보내고, KBL에서 4시즌이나 뛴 테렌스 레더를 영입한 것 입니다. 3라운드에는 레더와 선수들의 호흡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과거 레더 썬더스라 불렸던 레더의 홀로 플레이가 계속되었습니다. 레더 모비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이 있는 모비스는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했고, 4라운드에서 5승 3패를 기록하면서 다시 6강 진출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4라운드에서 6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창원 LG와 서울 SK에게 원정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모비스는 지난 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열린 창원 LG를 상대로 76-64의 승리를 거뒀고, 2011년의 마지막 날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는 84-79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제 5위 전자랜드와의 승차로 2경기차로 줄이면서 5위 자리도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함지훈과 천대현이 복귀합니다.

'10순위의 기적' 이번엔 모비스의 기적을 준비한다

지난 2007-2008시즌 신인 10순위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프로에 데뷔한 함지훈은 파워포워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모비스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양동근, 브라이언 던스톤과 함께 찰떡 호흡을 보이며 2009-2010시즌에는 모비스의 통합우승은 물론 개인 통합 MVP까지 석권하며 그야말로 함지훈 천하를 만든바 있습니다.

골밑에서 한명 쯤이야..ⓒKBL

그리고 역시 10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천대현 또한 모비스의 식스맨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현재 모비스의 선수 구성상 이 두 선수의 가세는 후반기 모비스의 경기력 상승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함지훈은 그동안 다소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중거리슛 능력이 상무를 거치면서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상무에서의 마지막 대회였던 지난 농구대잔치에서도 중거리슛을 자신있게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골밑에서 센스있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농락했던 함지훈이 중거리슛까지 장착한다면 더욱더 수비하기 힘든 선수가 될 것 입니다.


그리고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골밑에서 버텨주고 신인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동량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진다면 체력적인 안배를 통해 골밑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밑에서 독불장군식의 플레이 성향이 짙은 레더의 색깔도 많이 지워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 모비스는 양동근과 외국인 선수 외에는 제대로 된 공격 자원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출전시간만 놓고 봐도 양동근과 외국인 선수만이 평균 30분 이상을 뛰고 있을 정도로 유재학 감독은 많은 선수를 교체 출전시키며 약점을 상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비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결국 농구도 상대보다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모비스에서는 양동근이 경기당 평균 15.4점, 그리고 말콤 토마스와 테렌스 레더가 각각 20.8점, 24.6점을 넣은 것 말고는 심지어 두 자리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도 없습니다.

김동우와 박종천이 각각 35경기씩을 뛰면서 7.4점, 7.6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경기당 6.2개를 넣으며 리그 2위권인 3점슛이 아니라면 지금 모비스는 삼성과 함께 최하위 탈출을 놓고 다퉈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점슛이 많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외국인 선수의 골밑 공격 외에는 무수히 많은 패스와 위치 변화로 상대의 수비진을 뚫고 3점슛을 노리는 전술이 사용되었다는 점인데, 결국 KT와 동부처럼 수비 로테이션이 강한 팀이나 체력적으로 밀리는 경기에서 모비스가 대패가 많았던 것이 바로 이러한 모비스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성장했을까..ⓒKBL

그렇지만 함지훈이 돌아오면 공격 루트가 훨씬 다양해 집니다. 함지훈은 양동근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더라고 골밑에서 공격 로트를 열어줄 수 있는 스텝과 시야를 가진 선수입니다.

물론 김효범이 빠지면서 함지훈의 패스를 가장 잘 받아먹었던 슈터가 하나 줄었지만 박종천이 여전히 매서운 외곽슛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10순위 후배인 송창용에 천대현도 외곽에서 심심찮게 한방을 터트려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지훈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만들어내는 유재학 감독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함지훈이 가세된 모비스는 후반기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훈의 가세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팀은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창원 LG와 서울 SK가 있습니다.

일단 함지훈 복귀전 맞대결에서 모조건 모비스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비스는 올 시즌 LG와 SK를 상대로 모두 2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LG와는 5,6라운드 모두 원정 경기를 가지고, SK와는 홈과 원정을 각각 한번씩 남겨 놓고 있습니다.

LG의 경우 서장훈의 복귀가 자꾸 늦어지면서 골밑을 지키고 있는 헤인즈의 높이에 대한 공백이 자꾸 부각되고 있고, LG 가드진과 문태영의 엇박자 행보는 감독이 바껴도 어찌나 그렇게 한결같은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SK 역시 최근 김선형을 중심으로 경기력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복이 너무나 심합니다. 기존 선수들이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고, '더블더블 머신' 알렉산더 존슨이 복귀하기 전까지 얼마나 승차가 벌어지지 않고 버티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LG와 SK외에도 긴장하는 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5위인 인천 전자랜드와 플레이오프 상대인 3,4위 팀일 겁니다.

모비스의 6라운드는 물론 플레이오프도 주목하라!

사실 모비스가 5라운드에서 5승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함지훈이 팀에 녹아들기 시작한 6라운드를 맞이한다면 어디까지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게 됩니다. 4위인 KCC와 모비스의 현재 경기차는 4.5경기차이지만 남은 2번의 맞대결에서 모비스가 승리한다면 이 역시 알수없게 됩니다.

아직 함지훈이 복귀전이고 이제 막 4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다소 섣부른 판단이 될수도 있지만 곧 모비스는 다크호스가 아니라 진짜 우승 후보로 탈바꿈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결국 모비스가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함지훈의 복귀로 탄력을 받아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상위권 팀들 역시 긴장하게 됩니다. 특히 현재 3위 자리에 있는 부산 KT의 경우 함지훈이 복귀한 울산 모비스를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면 다시 한번 지난 2년동안의 플레이오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습니다.

부산 지역 프로팀들의 징크스라도 생기려고 하는지, 프로야구 롯데가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더니 작년엔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플레이오프에서 곧장 탈락했고, 부산 KT 역시 지난 2년간의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번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하고 있습니다.

만약 모비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부산 KT로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KCC처럼 압도적인 높이의 우위를 가진 팀이라면 모를까 매치업에서 전혀 밀릴 것이 없는 KT라면 모비스로서는 충분히 노려볼만한 먹이가 되는 거죠. 물론 모비스는 압도적인 KCC의 높이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땐 하승진이 정상이 아니었죠.

이제 그 동안 수많은 기적을 만들었던 울산 모비스에 10순위의 기적을 가진 선수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2011-2012 프로농구의 마지막 날 모비스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요. 그리고 함지훈과 천대현이 지난 날 모비스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엔진이 될까요? 하루 빨리 이들이 코트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즌은 어디까지?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