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이언 코리 ⓒ롯데 자이언츠
긴긴 겨울을 웅크리고 있던 프로야구가 다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마치고 오는 12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 장정에 돌입합니다.
지난 겨울 야구팬들은 시도때도없이 터져나온 수 많은 야구 소식에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지만 이제부터는 진짜 게임을 즐길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NC소프트의 제 9구단 창단에 대한 의지와 10구단 창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또한 선동렬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과 로이스터의 바통을 이어받은 양승호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지난 3년간 자이언츠는 첫 흑인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물론 매년 가을잔치의 들러리로 전락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5888577이라는 치욕의 세월을 버텨온 부산 팬들에게는 가을 잔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 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올 시즌 자이언츠는 새로운 사령탑인 양승호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됩니다. 양승호 감독은 취임사에서 "부담이 많지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부산 팬들이 걱정하는 올 시즌 자이언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나 허약한 불펜진 입니다.
올해도 자이언츠의 고민은 불펜!
롯데 투수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와 송승준, 장원준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며 26경기 이상 선발로 출전했고, 각각 10승 이상씩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깜짝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수완, 이재곤이 29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13승을 합작했습니다. 비록 조정훈이 부상으로 떨어져나간 후 군입대를 했고, 손민한이 시즌 내내 단 한경기도 등판하지 못했지만 선발로 등판했던 11명의 선수들은 팀의 69승 중 55승을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0년에도 자이언츠 투수진의 가장 큰 문제는 믿고 맡길만한 필승계투조가 없었다는 점 입니다.
불펜에서는 좌완 강영식이 가장 많은 63경기에 출전했지만 투구 이닝은 52.2이닝에 그쳤습니다. 방어율로 4점대로 높았구요. 물론 계투조로 보직을 옮기면서 임작가란 오명을 벗은 임경완과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뗀 김사율이 불펜에서 그나마 버텨주지 못했다면 2010년 가을잔치의 주인공은 쉽게 장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올 시즌에는 2009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정훈 마저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풍운아 최향남이 돌아왔고 신인 김명성(중앙대 졸)이 가세한 것 외에는 불펜에 대한 보강이 없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기억을 새삼 떠올려 보지 않아도, 올해 역시 무조건 5점을 뽑고 시작해야 한다는 자이언츠 팬들의 불안감을 지우기는 힘들겠죠.
그렇다면 지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이언츠의 선발진을 6선발 체제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진은 외관적으로 보기에도 8개 구단 중 상위 클래스에 속합니다. 지난 해 한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도스키를 비롯해 스피링 캠프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코리의 외국인 선수 원투 펀치가 있고, 여기에 토종 에이스인 송승준과 미우나 고우나 좌완 선발 장원준이 있습니다.
또한 지난 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젊은 피' 김수완과 이재곤의 가세는 마운드의 다양성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재활 중이지만 자이언츠 팬들이 믿는 마지막 카드 손민한도 부상만 떨쳐내면 언제든지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 있죠. 지난 겨울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고원준까지, 그야말로 자이언츠의 선발 후보는 열손가락을 꽉채울 정도입니다.
6선발 체제로 불펜의 부담을 줄이자!
자이언츠가 6선발 체제로 시즌을 꾸려야 한다는 의견의 핵심은 각 선발 투수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면서 등판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게해 불펜의 부하를 줄이는 것에 있습니다.
롯데 양승호 감독 ⓒ롯데 자이언츠
5선발 체제로 갈 경우 2명의 선수가 블펜으로 갈 것이고, 6선발 체제로 가면 1명이 불펜으로 가겠죠. 일단 국내 무대 검증이 안된 코리를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 모두 선발로 출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프링 캠프에서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면 선발 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6선발 체제일 경우 각 선발투수들은 일주일에 한 경기씩을 출전하게 되면서 5선발에 비해 하루라는 휴식 시간을 더 벌수 있게 됩니다. 또한 시즌 중간에 한 선수가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로 이탈해도 다른 선발카드가 많기 때문에 그 선수로 빈자리를 메우거나 일시적으로 5선발 체제로 돌아가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달궈졌을 때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리그 운영에 있어서도 6선발 체제를 운용할 수 있는 자이언츠는 타 팀에 비해 체력적으로 앞설 수 있다고 보입니다.
여기에 자이언츠로서는 나이가 많은 불펜진도 걱정해야 합니다. 자이언츠 불펜의 핵심인 임경완 역시 올해 나이가 벌써 35살입니다. 좌완 강영식 역시 81년생으로 30줄을 넘겼고요. 지난 201년 시즌에 불펜에서 3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중 20대는 90년생인 허준혁가 87년생인 배장호 정도 뿐이죠. 다시 자이언츠로 돌아온 최향남도 벌써 40살입니다. 많은 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활약하기 보다는 불펜의 큰 형님으로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3이닝 정도를 책임져 주는 롱릴리프로서의 역할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펜의 연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들이 그만큼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 줘야 합니다.
물론 이번 스프링 캠프와 시즌을 치르면서 지난 해 김수완과 이재곤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찾았듯이 2군에서 자이언츠의 불펜을 책임질 새로운 얼굴이 급부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불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이언츠의 가장 큰 장점인 선발진을 충분히 활용하는 6선발 체제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그나저나...손민한이 다시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는 날은 언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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