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마농구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대학농구리그제가 상반기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여름 휴식기에 접어 들었다.
12개의 1부리그 대학팀이 홈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22경기씩을 치르는 이번 대학농구리그(이하 대학리그)는 상반기에 총 74경기를 치뤘다.
물론 시행 첫 해이기때문에 문제점 또한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처음이니까. 그 부분은 접어두고 대학리그가 장기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몇가지 의견을 적어 본다.
1. 리그의 정착 ->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아무리 리그를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 놓는다해도 경기가 재미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 대학리그의 경기들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용병 중심으로 짜여져버린 프로농구가 주지 못하는 농구의 감동을 대학농구는 가지고 있었다.
향후 대학리그가 꾸준히 지속된다면 선수들의 경기력은 당연히 향상될 수 밖에 없다. 프로가 만들어진 이후 대학농구는 단일대회가 경기를 치룰수 있는 전부였다. MBC배와 춘계, 추계 연맹전, 그리고 종별선수권대회, 전국체전, 농구대잔치. 그나마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은 예선 탈락하기 일쑤였고, 그 학교의 4학년 선수들은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아예 출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프로구단들중 체계적으로 스카우팅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과 열정을 가진 구단은 몇 구단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경기에서 보여줄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또 한편으로 한국농구의 크나큰 손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장기적인 기간동안 경기를 뛸수 있는 경기수가 보장되어 있는 대학리그는 이러한 선수들에게는 큰 기회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 명지대의 김기성 선수를 들수 있다. 명지대 2학년생인 김기성은 경복고 재학시절 공격력은 좋은 선수로 알려졌지만 지난 해 명지대에서 그다지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학리그 초반 주전 가드 김시래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명지대의 연승 분위기를 이끌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이밖에도 동국대 김종범, 한양대 차바위, 오창환, 성균관대 임종일, 단국대 조상열, 상명대 임상욱, 조선대 이대연 등이 바로 이러한 리그제의 정착에 따라 새롭게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아닌가 한다.
대학리그제를 시행함에 따라 선수들의 동계 훈련에서의 훈련량이 팀의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또한 장기 리그인만큼 체력 훈련의 필요성을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점이 있다. 여기에 팀당 22경기라는 경기를 치루다 보니 실전을 통한 기량 향상은 물론이고, 장기 레이스를 치루면서 몸관리의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대학리그 초반 잘나가던 팀이 중반 이후 하향세를 타기도 했고,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이 올라오는 팀들이 있는 등 장기 레이스에 다른 각 팀의 희비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대학리그 첫 해가 각 팀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주는 하나의 숙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숙제를 잘 풀어가고 있는 팀은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렇지 못한 팀은 아직까지 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 대학의 새로운 홍보 수단
대학농구는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 매일 경기가 펼쳐진다. 각 팀은 매주 혹은 2주일에 한번 정도 꾸준히 경기가 치뤄지고, 그 선수들의 가슴에는 모교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친다. 각 대학으로서는 최소한 투자로 인해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아직까지 대학농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리그가 활성화되고 많은 언론사가 관심을 가진다면 그 무형의 홍보효과는 상상 이상의 가진다.
실제로 몇몇 대학에서는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모 대학은 코트 주변에 대학 홍보물이 부착된 A-보드를 설치하기도 하고, 경기가 열리기 전 경기장 주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침으로서 대학의 홍보는 물론 애교심을 화용한 마케팅을 시작하기도 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두 명의 남성 장내 아나운서를 도입해 하프타임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적절히 자극적인 멘트로 홈팀의 응원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명지대는 교내 응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각 대학도 매주 학교의 이름이 여러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점이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신중히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농구협회 역시 이러한 대학리그가 훌륭히 정착되고 대학에 새로운 홍보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이 잘 이루어 진다면 새로운 대학농구팀들의 창단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고, 아마 농구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고연전 외의 또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고연전(고려대가 연세대에 비해 가나다 순에서 앞서기 때문에 고연전이라 칭하겠음)은 아마 스포츠 최고의 빅카드가 사학 명문인 두 학교가 벌이는 라이벌 전은 과거 공중파 티비에서 방송될 정도로 대단한 흥행카드였지만...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대학리그 첫 경기 역시 고연전으로 막을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카드들이 필요하다.
홈앤드 어웨이로 두 경기 밖에 치뤄지지 않는 고연전만 믿고 리그를 치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고연전 외에도 다양한 학교들의 물고 물리는 라이벌 관계를 대학리그 스스로가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학리그에 고정적으로 기사를 만들어 내는 언론사는 점프볼과 바스켓코리아, 트루볼러 등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사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각 대학의 적극적인 리그 참여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은 리그 흥행의 필수적인 요소다. 기존의 고연전을 비롯해 단국대, 건국대, 동국대가 벌이는 소위 '삼국지'(대학명에 나란히 '국'자가 들어가는 학교들의 매치)가 있고, 나란히 천안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단국대와 상명대의 '천안 더비'(이 두팀은 전국체전 진출권을 다투는 팀이기도 하다)가 있고, 1부 리그 최하위를 탈출하기 위한 상명대와 조선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리그 초반 최부영 경희대 감독이 최강팀 중앙대를 상대로 '타도 중대'라고 포문을 열어 주면서 생긴 감독간의 미묘한 신경전 역시 리그를 더욱 재미있게 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주관하는 대학연맹에서는 별다른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단지 현장에 있는 감독들과 기자들에게 그 역할을 전가시키고만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언론으로 하여금 대학리그의 매력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4. 적극적인 방송 유치
대학리그 개막전은 오후 2시에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비록 적극적인 홍부 부족으로 텅빈 체육관에서 선수들만 열심히 뛰는 전형적인 한국형 아마스포츠의 아쉬운 단면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말았지만...그날 경기는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다. 승부도 굉장히 극적으로 한골차이로 갈렸다.
하지만 이후 대학리그를 제대로 볼수 있는 창구는 사라졌다. 그나마 점프볼에서 몇 경기를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를 통해 중계하긴 했지만 이후로는 이마저도 뜸한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대학교 체육관에 방송 시설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체육관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정상적인 중계방송과 관중석을 갖추고 있는 체육관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상명대, 단국대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정도 숫자의 체육관이라도 방송 중계가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유치가 필요하다.
부족하다고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개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협회와 대학측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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