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치닫던 여자농구대표팀이 일단 kdb생명의 대표선수 차출을 승인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불과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번 사태는 그 결과 유무에 상관없이 큰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여자농구 대표팀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대표팀에 3명이나 발탁된 kdb생명이 "1,2위 팀도 2명밖에 대표팀 차출이 안됐는데, 왜 우리는 3명이나 대표팀에 가야 하는거냐!"라며 대표팀 차출에 대한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부산에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던 대표팀의 임달식 감독은 훈련 선수 부족을 이유로 훈련일정을 포기해 버렸죠. 그 이후 여론이 안좋아지고 kdb생명의 구단 이기주의로 인식이 확산되자 결국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주는 것으로 발표가 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대표팀 선발 과정 초기도 아닌 아시안 게임을 보름여 앞둔 지금 일어나게 됐을까요.
먼저 이번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경은 |
87. 07. 13 |
173 |
G |
kdb생명 |
|
김지윤 |
76. 02. 07 |
169 |
G |
신세계 |
|
이미선 |
79. 02. 19 |
174 |
G |
삼성생명 |
|
김보미 |
86. 03. 06 |
176 |
F |
Kdb생명 |
|
박정은 |
77. 01. 14 |
180 |
F |
삼성생명 |
|
변년하 |
80. 03. 07 |
180 |
F |
KB국민은행 |
|
김단비 |
90. 02. 27 |
180 |
F |
신한은행 |
|
강아정 |
89. 07. 25 |
179 |
F |
KB국민은행 |
|
김계령 |
79. 12. 17 |
190 |
C |
신세계 |
|
신정자 |
80. 12. 11 |
185 |
C |
Kdb생명 |
|
하은주 |
83. 09. 25 |
202 |
C |
신한은행 |
|
정선화 |
85. 08. 02 |
186 |
C |
KB국민은행 |
지난 9월 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의 명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대표팀의 기둥인 정선민 선수가 리그 경기 중 부상을 당하며 명단에서 제외됐고, 우리은행의 임영희대신 kdb생명의 이경은 선수가 새롭게 선발되었습니다. 또한 강영숙 선수 대신에 하은주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대표팀의 구성을 보면 kdb생명과 KB국민은행이 각각 3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신세계와 신한은행은 2명, 삼성생명이 1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습니다. 우리은행은 단 한명의 국가대표도 선발되지 못했네요.
kdb생명은 결국 1일 자체회의를 통해 선수들을 다시 대표팀에 보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국가대표 차출 거부에 대해서 1일 점프볼은 kdb생명 조건행 부단장의 인터뷰를 기사화했습니다. 조 부단장은 점프볼 기자와의 대화에서 "그 동안 언론에 저희가 너무 이기적인 구단으로 비춰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렇게 이기적인 구단은 아닙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선수
선발에 있어 의문점이 많았고, 협회에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서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됐지만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국가대표 차출 문제를 놓고 많은 불씨를 남겨 놓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걱정 스럽습니다.
이러한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문제는 지난 9월 열린 18세 이하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한차례 불거진 바가 있습니다. 당시 허재 감독의 아들로 유명한 허웅(용산고)의 대표팀 승선을 놓고 일부 언론이 직접적으로 선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선수 선발에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농구협회는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며 한발 물러섰고,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상국 감독(현 동아고 코치)은 출국 직전까지 선수 선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이번 여자농구대표팀의 문제 역시 농구 협회와 WKBL의 소극적인 대처 속에 그 비난의 화살은 모두 kdb생명과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여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기구인 WKBL은 구단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농구협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자농구 대표팀의 차출 거부 사태는 조 부단장의 발언과는 달리 구단의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이기심과 피해의식이 전반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몇년간 신한은행의 독주속에 대항마로는 삼성생명이 유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그의 들러리로 전락한 나머지팀들의 박탈감은 예상외로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과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전력 약화, 여기에 신세계의 급부상은 나머지팀들에게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팀은 kdb생명이었습니다.
하지만 kdb생명은 리그 초반 뷘한 모습을 보였고, 다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경은이 새롭게 대표팀에 차출되자 그동안의 불만이 터져 나온거죠. 냉정하게 보면 이경은의 차출보다 더 의아한 부분은 김보미의 차출입니다. kdb 생명에서 한명을 더 선발하는데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본다면 한채진이 더 유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달식 감독은 또 한번 김보미를 대표팀에 선발했고, 부족한 가드진을 메우기 위해 이경은을 선발했습니다.
kdb생명은 지난 체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도 안산에서 시작된 대표팀의 첫 합동훈련에 팀 자체 스케쥴을 이유로 선수들을 나중에 합류 시키는 등 시종일관 대표팀에 비효조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kdb생명의 행동에도 이를 제지할 기구가 전무한 것은 앞으로도 이러한 일의 불씨를 그대로 살려두고 있습니다. 남자농구의 경우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발전기구?인가 뭔가를 만들어서 그래도 나름 구단과 KBL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태릉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이미 이러한 차출 선수들로 인한 팀 성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또 리그 일정 또한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대표팀 구성에 대한 구단과 협회간의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실제로 kdb생명과 같이 3명의 국가대표를 내보낸 KB국민은행의 경우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농구 역시 서울 삼성이 핵심 멤버 3명을 대표팀에 내보냈지만 아무런 입장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kdb생명의 선수 차출 거부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반감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선수 선발의 명확한 기준만 있으면..."이라는 kdb생명의 논리는 본인들에게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선수 선발의 명확한 기준이라...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요. 지난 시즌 기록을 잦대로 평가해야 하는 걸까요?
선수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감독의 의지입니다. 대표팀 감독이 어떤 팀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먼저 서면 그 틀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장 큰 선발 기준입니다. 특히나 올해 남자팀의 유재학 감독과 마찬가지로 임달식 감독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역시 높이와 체력에 중점을 두며 센터진을 다수 선발했고,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대표팀은 다시 훈련을 제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시안 게임은 이제 2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선민과 김지윤의 부상 악재로 금메달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여자농구가 집안 싸움의 후폭풍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현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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