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KBL
KBL의 걸어다니는 기록 제조기이자 국보 센터인 서장훈이 창원 LG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최근 한 스포츠 매체는 인천 전자랜드와 1년간 3억 5천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던 서장훈이 창원 LG와 1대 2의 트레이드를 예정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본인들 역시 이러한 내용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불합리한 KBL FA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전형적인 '사인 앤 트레이드'의 방식으로 서장훈의 KBL 통산 5번째 소속팀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전자랜드에서 서장훈이 LG로 이적하고 LG에서는 강대협과 이현민이 전자랜드로 팀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내친김에 LG는 서울 SK와 또 한번의 트레이드를 단행하게 됩니다. LG가 이현준과 한정원을 SK로 보내고 SK로 부터 백인선과 이민재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전자랜드 : (IN) 강대협, 이현민 - (OUT) 서장훈
* LG : (IN) 서장훈, 백인선, 이민재 - (OUT) 이현준, 한정원, 강대협, 이현민
* SK : (IN) 이현준, 한정원 - (OUT) 백인선, 이민재
* LG : (IN) 서장훈, 백인선, 이민재 - (OUT) 이현준, 한정원, 강대협, 이현민
* SK : (IN) 이현준, 한정원 - (OUT) 백인선, 이민재
서장훈의 5번째 팀, 그리고 3번째 반지 도전의 역사
서장훈은 지난 98-99시즌 청주 SK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KBL 무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반지를 손에낀 99-00시즌 이외에는 우승 혹은 타이틀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습니다.
당시 SK는 서장훈과 현주엽
풋풋한 서장훈~ ⓒKBL
이듬 해인 1999-2000시즌 서장훈은 KBL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냅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24.2점 10리바운드로 SK의 정규리그 2위에 힘을 보탠 서장훈은 최초로 정규리그 2위팀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게 됩니다.
S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당시 챔프전 3연패를 노리던 현대를 만나게 됩니다. 서장훈은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16.2점을 넣으며 현대의 독주를 막고 우승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강동희에 이어 통산 2번째로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싹쓸이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 시즌 이후에도 서장훈은 변함없는 기량으로 꾸준히 KBL을 대표하는 공격형 센터로서 이름을 날리지만 번번히 우승이라는 타이틀 앞에서는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장훈의 이후 02-03시즌 서울 삼성으로 팀을 옮기게 됩니다. 삼성에서 서장훈은 5시즌을 뛰며 매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쓴맛을 보게 됩니다. 그러다 05-06시즌 드디어챔프전에 진출하게 되는데, 당시 서장훈은 팀의 주연이라기 보다는 조연이었습니다.
오리온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35분 이상을 출전했지만 정작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5분 안팎의 출전 시간을 보이는데 그쳤습니다. 당시 삼성은 플레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강혁을 중심으로 한 바른 공수 전환과 짜임새 있는 2대2 플레이에 최적화된 팀으로 변화하는 중이었고, 그런 삼성과 서장훈의 농구 스타일은 그다지 맞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반지... ⓒKBL
그리고 결국 06-07시즌이 끝난 후 FA가 된 서장훈은 KCC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그야말로 농구판 전체를 시끄럽게 했던 이상민의 보호선수 지정 문제를 남겨둔 채 말이죠. 공공연하게 "이상민과 뛰고 싶다"며 KCC로 옮겨온 서장훈이지만 KCC는 이상민을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그런 이상민을 삼성은 낼름 낚아채 가면서 결과적으로 서장훈만 붕 뜬...그런 FA가 되고 말았죠.
어쨌든 서장훈은 KCC에서도 제 몫은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하승진이 팀에 들어오면서 포지션의 중복 문제 등으로 KCC와 결별 전자랜드로 둥지를 옮기게 됩니다. KCC로서는 당시 강병현 등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3년 연속 챔프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서장훈 역시 팀을 옮긴 첫 해 전자랜드를 5년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면서 플레이오프 청부사 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09-10시즌 다시 전자랜드는 9위로 추락했습니다.
서장훈은 이듬해 문태종이라는 걸출한 팀동료를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불활의 날개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타적인 마인드의 슈터인 문태종과는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뤄지면서 전자랜드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지는 끼지 못했습니다. 하승진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KCC와 만난 4강이 한계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서장훈은 선수생활의 마지막이란 각오로 창원 LG에서 3번째 반지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11-12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한 LG
최근 3년간 창원 LG는 꼬박꼬박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KBL의 모범생이었지만 번번이 6강 문턱에서 주저앉는 범생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2시즌에는 문태영이라는 리그 정상급의 멀티 유틸리티를 보유하고도 단기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것 입니다.
형은 이제 어떻게 해? ⓒKBL
11-12시즌을 앞두고 LG는 강을준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진 감독을 영입했고, 이번에는 서장훈의 트레이드를 성공시키며 다음 시즌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팀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동안 LG는 정규시즌 2위(3회)에 챔프전 준우승(00-01시즌)이 창단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14번의 시즌 동안 단 3번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 치고는 초라한 성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시즌은 어떻게 보면 LG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최적기로 보입니다. 바로 현존하는 KBL 최고의 빅맨 중 한명인 서장훈을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태영이 LG에서 뛸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LG가 문태영을 보유하고도 번번이 단기전에서 약점을 보인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일단 4번 포지션이 취약함으로서 문태영이 공수에서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요구받는 부분이 가장 커 보입니다.
문태영은 공격시에는 상대팀의 3번 혹은 4번 포지션의 선수와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수비에서는 거의 고정적으로 상대 팀 4번 포지션의 빅맨들을 상대했습니다. 이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체력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강을준 감독은 가드 수집에만 열을 올렸는데, 이 결과 문태영은 경기에서 갈수록 고립되어 갔고 결국 2년 연속 동부산성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서장훈의 영입으로 문태영의 활동 범위는 조금 더 넓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골밑에서 기본적으로 15점 가량을 찍어줄 수 있는 서장훈의 존재는 그동안 공격에서 문태영에게만 집중되었던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KT나 동부와 같이 발빠른 포워드진이 다수 포진한 팀들과의 매치에서 힘겨운 모습을 보였던 LG로서는 서장훈의 가세는 문태영의 득점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날개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같은 유니폼으로~ ⓒKBL
그리고 수비에서도 팀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장훈의 수비에 대해 '게으르다'는 평가를 많이 하시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볼수 있듯이 서장훈의 수비력이 결코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전성기에 비하면 스피드나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207cm의 선수가 포스트 근처에서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은 어느 팀에나 위협적이 될 수 있습니다.
서장훈이 수비에서 욕을 먹는 것 중에 가장 큰 부분은 매치업 상대가 외곽에서 슛을 던질때 안따라나간다는 점과 백코트가 느리다는 점이겠죠. 외곽 수비에 대한 부분은 하승진과 비슷한 점일테고, 백코트가 느린 점은 심판과 싸우느라...(응?)
일단 서장훈의 가세로 더 이상 문태영이 수비에서 김주성, 하승진등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LG로서는 가장 큰 이득일 겁니다. 이제는 문태영이 서장훈에게 도움 수비를 들어갈 수 있는 전술적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리고 LG에는 기본적으로 발은 빠른 가드들이 있으니 김진 감독이 수비 로테이션을 잘 만들어 준다면 외곽수비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LG를 상대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문태영에 서장훈까지 가세한 LG를 상대로 매치업 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매치업에서부터 상대에게 앞선 패를 들고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되는 부분이죠. 그리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1인 보유 1인 출전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잠시 벤치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서장훈과 문태영이 공존한다면 타 팀에 비해 더 충분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지 않은 현재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불안도 공존합니다.
서장훈-문태영, 공존의 길을 찾아라!
일단 과연 서장훈이 팀의 중심을 문태영에게 양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재 LG의 중심은 문태영입니다.
전자랜드에서는 문태종이 외곽슛 중심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였다면 LG의 문태영은 포스트 근처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타입입니다. 아직까지 3점슛 능력은 형인 문태영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 근처에서 서장훈과의 동선이 겹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서장훈과 현주엽, 그리고 서장훈과 하승진의 조합과 같이 아무리 좋은 선수를 가져다 놓아도 코트 안에서의 동선이 겹치면서 전술적으로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수가 없습니다.
태종이 형..장훈이형은 뭐 좋아해? ⓒKBL
현재까지 LG의 다음 시즌 라인업에 확정적인 선수는 FA로 5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현중과 문태영, 서장훈 정도 밖에 없습니다. 특히 외곽슈터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강대협을 전자랜드로 보냈고, 조상현과는 FA 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김용우와 박형철을 믿을 만한 외곽슈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차기 시즌 LG가 고민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포스트에서 문태영과 서장훈 그리고 외국인 선수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외곽슛 부진으로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어렵게 끌고 가는 경기들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지금 LG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KBL 역사상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4팀(창원 LG, 부산 KT, 안양 인삼공사, 인천 전자랜드) 중 하나인 LG. 서장훈 영입이라는 마지막 강수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차기 시즌을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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