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그동안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이름을 올리며 강팀의 반열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단 한번도 챔피언 반지를 껴보지는 못했습니다. LG는 2000-2001시즌 김태환 감독의 지휘 아래 발에 불이나도록 뛰는 공격 농구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청주 SK에 3승 2패로 승리를 거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챔프전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만난 전자 라이벌 삼성에 1승 4패로 완패를 당하며 첫 우승의 꿈을 날려 버렸습니다.
이후 LG는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번번히 4강 문턱에서 발목이 잡혔고, 강을준 감독이 지휘를 맡았던 최근 3년동안 플레이오프에서 LG가 거둔 승수는 단 1승에 그쳤습니다.
LG는 2011-2012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팀개편에 착수했습니다. 가장 먼저 오리온스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김진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데려왔고, 국보 서장훈을 영입했습니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매그넘 롤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2005-2006시즌 최초의 챔피언 결정전 전승 우승을 기록한 삼성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던 올루미데 오예데지가 팀에 합류했습니다.
국보 서장훈의 가세 득일까? 실일까?
송골매의 비상을 이끌어야 하는 국보 서장훈
지난 오프 시즌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국보 서장훈의 LG행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서장훈은 혼혈 형제 문태종에 이어 이번엔 동생인 문태영과 호흡을 맞추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LG로서는 앞서 두 시즌 동안 공격의 선봉장인 문태영이 건재한 상황에서 항상 4번 포지션이 약점으로 지적 받아 왔습니다.
실제로 이전의 강을준 감독은 문태영을 4번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켰고, 문태영의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큰 키에 변함없는 득점력을 가진 서장훈의 가세로 이러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기존의 LG의 강점 중 하나였던 다이나믹한 가드라인에 신인 정창영이 가세하며 전 포지션에 걸쳐 박형철과 함께 장신화를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김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의 LG는 창단 후 첫 우승을 위한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감독의 지휘 아래 기존의 포메이션을 새롭게 수정해야 하고, 서장훈과 지각생 올루미데 오예데지의 가세로 팀 조직력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장훈이 4번 포지션에서 지난 해와 같은 활약만 보여줘도 올 시즌 LG의 공격력은 앞선 몇 시즌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서장훈과 문태영의 공존이 가능할까 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해 서장훈은 문태종이라는 최고의 슈터이자 노련한 올라운드 플레이를 팀동료로 함께 했습니다. 장거리 3점슛이 가능한 문태종은 서장훈이 골밑에서 마음껏 공격할 수 있도록 외곽을 멤돌며 서장훈의 활동 공간을 넓혀 주었습니다.
반면 문태영은 문태종과는 달리 골대에서 가까운 지역이 주 활동 무대입니다. 특유의 돌파력에 이은 득점은 리그 최상급이지만 외곽에서의 한방을 터트려주는 능력은 형인 문태종에 비해 다소 약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장훈과 골밑에서 동선이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다가 새롭게 팀에 가세한 올루미데 오예데지 역시 미들레인지 보다는 골밑에서 비비며 골대를 노리는 스타일입니다. 당장 주 득점원인 서장훈-문태영-오예데지가 한 공간안에서 바글바글 몰려 다니는 형국이 되면서 공격 작업 자체가 단조로워질 염려가 있습니다.
물론 4번 포지션에 서장훈이 들어오면서 문태영이 수비의 부담을 덜면서 3번과 4번을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졌습니다. 문태영은 수비를 달고 동료 선수에게 찬스를 내주는 킥아웃 능력이 좋긴 하지만 상대팀이 포스트로 수비 범위를 좁힐 경우 창의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은 수비 로테이션이 빠른 KT나 모비스 혹은 장신의 국내 선수를 보유한 동부나 KCC를 상대로 큰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골밑에만 바글바글, 포스트 병목현상 '외곽슛으로 풀어라!'
LG에서의 마지막 시즌, 문태영의 성적표는?
이러한
LG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외곽에서 한방을 터트려줄 수 있는 슈터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데, 올 시즌 LG에는 한방의 외곽슛을 가진 정통 슈터가 없습니다.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내 슈터였던 조상현과 강대협을 각각 오리온스와 전자랜드로 보냈습니다. 현재 LG의 라인업을 보면 그동안 항상 LG에 있었던 정통 슈터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올 시즌 연봉 대박을 터트리며 주장 완장까지 찬 김현중이 부상에서 회복해서 주전 포인트 가드 자리를 꿰차게 된다면 수비가 인사이드로 몰린 사이 외곽에서 김현중의 한방을 기대해 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기존의 김현중, 변현수, 전형수 모두 돌격대장의 이미지가 강하지 3점슛 자체는 로또인 경우를 많이 보여주어서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윙맨으로서 공수에서 팀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던 기승호의 군입대 공백이 매우 커보입니다. 올 시즌 신인으로 새롭게 팀에 합류한 안정환(명지대, 2라운드)이 정통 슈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동종 포지션에 문태영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중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백업 멤버로서 그 쓰임새가 많은 이민재와 김용우가 얼마나 활약해 주느냐에 따라 LG의 경기력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0-2011시즌에도 창원 LG의 외곽슛 성공은 경기당 5.4개로 10개 구단중 9위에 그쳤고, 성공률(34.6%) 역시 하위권이었습니다. KT와의 시범경기에서 LG가 시도한 3점슛 숫자는 단 8개였고, 한 개의 공만이 림을 통과했습니다. (KT는 22개를 시도해 10개 성공) 올해는 그 수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사이드의 파괴력을 갖춘 LG이기 때문에 외곽에서 경기를 풀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자리를 잡는다면 올 시즌 LG의 상승세는 기대해 볼만 합니다. 하지만 외곽이 침묵한다면 답답한 변비 농구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돌격대장' 김현중-변현수, 올해는 '바람돌이'가 되어야...
올 시즌에도
LG의 인사이드는 변함없이 강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렉산더가 떠났지만 서장훈이 왔고,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오예데지가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높이의 강점이 극대화된 반면 눈에 띄게 떨어진 스피드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큰 숙제입니다.3일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시범경기에서 LG의 이러한 스피드 부족에 따른 수비 붕괴는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LG는 1쿼터부터 외곽에서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고, KT의 빠른 패스웍에 외곽에서 수 차례 기회를 내줬습니다. 물론 조동현의 슛감이 굉장히 좋았던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슛찬스를 너무 많이 내줬습니다. 그리고 후반들어 KT가 양우섭과 조성민을 중심으로 빠른 속공을 전개할 때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에서 앞선에 위치할 김현중 혹은 변현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사이드로의 도움 수비보다는 외곽에서 상대팀의 빠른 로테이션만 잘 잡아주어도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공격에서는 팀의 장점인 인사이드를 극대화하면서 스피드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도록 안정된 경기 운영이 필요합니다. 지난 해까지 김현중과 변현수의 공통적인 약점은 세트 오펜스에서의 안정감이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형이 강한 것은 좋지만 패스가 나가는 시야가 좁아서 가끔 무리한 공격으로 팀의 흐름을 끊어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단점만 보완된다면 두 선수 모두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앞선에서 휘저어줄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합니다. 올 시즌에는 LG에 유능한 스코얼러가 둘이나 포진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중과 변현수 두 선수중 한명이 어시스트 왕에 근접하는 순간 LG의 승수는 훨씬 더 많아 질 수 있습니다.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며 우승 냄새를 맡아본 김진 감독과 서장훈 그리고 오예데지까지 영입한 창원 LG는 시범 경기를 통해 인사이드의 역할 분담, 외곽슈터의 필요성, 스피드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세가지 중요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정규리그 개막까지 남은 열흘동안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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