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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ketBall

2011-2012 프로농구 슬로건은 "자나깨나 파울조심!"


올 시즌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도를 1인 보유로 바꿨다. 10개 구단은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뤄야 한다. 그리고 시범경기 첫 날부터 올 시즌의 판도를 뒤흔들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심판의 휘슬이 될 수도 있다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3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시범경기 부산 KT와 창원 LG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10개의 외곽포를 쏘아올린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 부산 KT가 국보 서장훈이 KBL 데뷔 후 처음으로 10분이상 출전한 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한 창원 LG에 93-67로 완승을 거두고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정규시즌 우승팀다운 모습을 보인 KT - 아직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LG

조상현? 조동현? 요새는 가끔 헥갈린다...

부산 KT는 지난 두 시즌동안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이 빠졌지만 국가대표 슈터이자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급성장한 조성민과 회춘 슈터 조동현을 중심으로한 특유의 빠르면서도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경기 초반부터 LG를 압박한 끝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날 절정의 슛감을 보여준 조동현은 1쿼터에만 혼자 3점슛 3개를 포함해 18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보였다.

KT는 조동현이 23점을 넣은 것을 비롯해 부상에서 돌아온 김도수가 3점슛 2개를 포함해 13점을 넣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오렸고, 송영진과 박상오, 윤여권이 두 자리수 득점을 올리는 등 선수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KT의 야투 성공률은 55%, 3점슛 성공률도 45%를 기록하는 등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여전히 높이보다는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KT의 경기 운영 방식상 올시즌에도 KT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LG전과 같은 경기가 시즌 내내 이어져야 한다.

반면 창원 LG는 득점기계 문태영이 양팀 최다인 26점을 넣고 4시즌만에 한국무대에 돌아온 올루미데 오예데지가 20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전자랜드에서 이적한 국보 서장훈이 KBL데뷔 이후 10분 이상 출전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무득점을 기록하는 등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 지원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서장훈-문태영-오예데지-정창영 등으로 이어지는 장신 라인업을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스피드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며 KT의 빠른 기동력에 외곽 수비에 큰 허점을 드러내 남은 기간동안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여기에 골밑에서 서장훈-문태영-오예데지의 동선이 계속 겹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김진 감독이 풀어야할 숙제.

변화된 외국인 선수제도의 명과 암! 

한편, 이날 KT와 LG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변화된 외국인 선수 제도가 가져올 후폭풍을 미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바로 외국인 선수가 파울 트러블에 걸렸을 경우 그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가 경기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복귀 신고! 오예데지~

이날 경기에서 KT와 LG의 외국인 선수인 찰스 로드와 올루미데 오예데지는 이미 전반에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로드는 전반 종료 4초를 남기고 5반칙을 범해 코트를 떠났고, 오예데지 역시 전반이 끝나는 순간 4개의 파울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가벼운 접촉에도 어김없이 휘슬을 불어제끼는 KBL의 성향을 생각할 때 몸싸움이 많은 골밑 싸움이 올 시즌 전체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KBL은 각 팀별로 최소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선수가 부상 혹은 파울 트러블로 빠져도 다른 한 선수가 항상 코트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부상을 당하면 당장 엔트리에서 12명 모두 국내 선수로 채워진 모습을 볼 수도 있고, 경기중에 파울 트러블에 걸린다면 국내 선수들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이날도 경기 막판에는 양팀 모두 외국인 선수가 5반칙 퇴장을 당해 국내 선수 10명이 코트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완전히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야 볼수 있던 장면을 올해는 더더욱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국인 선수의 파울관리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그 빈자리를 메꿔줄 국내 빅맨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하승진과 김주성, 오세근, 이승준 같이 외국인 선수와 어느 정도 매치업이 되는 국내 선수를 보유한 팀은 이러한 외국인 선수 규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국인 선수 1명 보유로 인해 국내 빅맨들의 출전 시간은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도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경기 내에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고, 정규리그가 시작되면 경기 초반 외국인 선수가 파울트러블에 걸리면 당연히 벤치로 불러들이거나 매치업 국내 선수로 바꾸는 등의 전술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날 전창진 감독은 로드의 플레이에 불만이라는 듯 파울 트러블이 걸린 상황에서도 로드를 벤치로 불러 들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벤치만 달궜던 빅맨들의 활용도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시범경기에서는 KT는 방덕원, LG는 백인선, 송창무가 그런 역할로 코트에 나왔다. 지난 해 상무가 세계군인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송창무는 특유의 우직함으로 프로 초년생인 방덕원에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해줬다. 방덕원은 출정시간 자체가 4분 12초로 작기도 했지만 여전히 자세가 높았고, 송창무를 상대로 골밑에서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대학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신의 체격 조건을 충분히 살리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가 파울 트러블에 걸려서 코트에 국내 선수 5명만이 서 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득점력의 하락이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개인기가 현저히 떨어지고 창의적인 득점 루트가 부족한 국내 선수들의 실상을 볼때 감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은 바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투입해 '적게 넣지만 상대에게는 더 적게 주고 이기는 법'을 택하는 것이다.

답답해지는 상황...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평균 득점은 더욱 떨어질 것이고, 하품하는 팬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양궁 농구의 부활도 뻔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파울관리는 당장 팀의 승패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균형과 재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상황은 리그 후반들어 각 팀이 1승 1승에 목을 메는 상황에서 상대 팀 외국인 선수를 향해 의도적인 파울공세나 육탄전으로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이다. 실제로 과거 파스코 사건이 올 시즌에 재현된다면 그 팀은 돌이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게 된다. 스포츠맨십보다 승패에 집착하는 국내 지도자들이 이 악마의 유혹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물론 지난 아시아선수권 대회 이후 KBL은 심판 판정에 있어서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어느 정도의 몸싸움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지만 그 시행시기는 올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올 시즌까지 지난 해와 같은 기준으로 심판의 판정이 내려진다면 2011-2012시즌은 매 경기 4쿼터마다 농구 대잔치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1-2012시즌이 끝난 후 변화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과연 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