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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BaseBall

"괘씸한 이정훈?" 롯데와 넥센의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고원준 ⓒ KBO(Osen)

오프시즌마다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넥센의 선수 팔기가 올해도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넥센과 롯데 구단은 최근 넥센의 유망주 고원준을 롯데로 보내고 롯데에서 이정훈과 박정준을 받아들이는 2:1 트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넥센과 롯데는 모두 전력보강용 트레이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야구팬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뭐 이 부분은 야구팬들께서 각자 생각하실 문제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왜 하필 롯데가 이정훈과 박정준을 보내고 고원준을 받아들였냐 하는 점 입니다.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4번으로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고원준은 올 시즌 넥센에서 30경기에 출전해 5승 7패 방어율 4.12를 기록했습니다. 총 131.1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팀내 번사이드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이닝이었습니다.

고원준은 2010시즌 총 22번을 선발로 나섰으며 5승 6패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넥센에서는 번사이드와 금민철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선발 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중 10경기에서 퀼리트 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신인 치고는 좋은 활약을 펼친거죠.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1.43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안타율 역시 0255로 선방했습니다. 또한 요즘 많은 분들이 중요한 수치로 여기는 WHIP는 1.41을 기록했습니다.

고원준은 시즌 초반 계투요원으로 활약하다 5월 12일 KIA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넥센의 제 3선발로 캐리어를 쌓기 시작한거죠. 이후 열린 경기에서는 선발로만 전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이어 7일만에 등판한 SK전에서 역시 7.1이닝 1실점하며 2연승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화와 LG전을 연달아 치루며 14이닝동안 1자책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고원준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승과 패를 반복하게 됩니다.

물론 타선이 약한 넥센이라는 것도 승수 쌓기에 실패한 여러 요인 중 하나였겠지만 7월 들어 체력적으로 문제점을 노출하며 한화와 삼성전에서 두 경기 연속 조기 강판 당하기도 했습니다.

싱싱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원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변화구에서 실투가 많이 나오고, 승부처에서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결정구가 아직 없다는 것이 고원준의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가뜩이나 불안한 불펜...왜 이정훈이었나?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롯데는 선발 자원은 충분한 팀입니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롯데는 믿을 만한 마무리를 보유하지 못했던 팀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3시즌동안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롯데의 발목을 잡는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이정훈 ⓒ KBO(Osen)

롯데팬들은 오프시즌마다 제대로된 마무리의 등장 혹은 트레이드를 기다렸지만 그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로이스터 감독 역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하며 "가장 컨디션이 좋은 중간 계투가 오늘의 마무리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바로 마무리였습니다.

그렇기에 넥센과의 트레이드라면 더 큰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손승락의 트레이드를 바랬던 것도 바로 이러한 바램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고원준이 왔습니다. 고원준이 와서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불펜이 약한 롯데가 굳이 이정훈을 보내면서까지 선발 자원인 고원준을 받아왔어야 하느냐는 점입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핵타선을 구축하고 선발의 힘으로 너무나 허약한 마운드의 약점을 커버했던 팀입니다. 사도스키와 송승준을 중심으로 장원준이 선발의 한축을 맡았고, 김수완, 이재곤이라는 선발 유망주를 찾았습니다.

여기에 트레이드 하루 전날엔 또 하나의 외국인 선수인 코리를 받아들였습니다. 또 조정훈과 손민한이 재활 중이라는 점은 롯데의 가장 무서운 점이죠. 불펜의 보강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정훈을 넥센에 내주면서 불펜의 힘은 더 약해졌습니다.

더군다나 가르시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중견수로 뛰던 전준우가 3루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면서 외야에도 약점이 생겼습니다. 주전 외야수 두 명이 자리를 비운 것이죠. 그런데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약해진 외야 수비를 메워줄 수 있는 유능한 백업 자원인 박정준까지 내주는 이번 트레이드가 과연 롯데에게 어떤 이득이 있냐는 점입니다.

결국 롯데는 2011년 팀내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불펜과 외야 백업의 핵심 요원을 한명씩 내주면서 특별한 외부 보강 없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선발에 새로운 자원인 고원준을 데리고 왔습니다.

물론 고원준은 이제 20살의 젊은 선수이니만큼 향후 롯데 마운드를 지켜줄 선발 자원으로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선수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트레이드의 핵심카드가 이정훈이라는 점은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이정훈은 지난 해 연봉 협상과정에서 롯데와 마찰을 보이며 결국 KBO의 연봉 조정까지 받았던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를 석연치 않은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 못내 가슴에 걸리네요. 괘심죄가 적용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뻐 보이는 구석이 없는 롯데 프런트여서 일까요. 이런 생각이 자꾸 드네요.